세계태권도연맹(WTF)은 내달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총회를 열고 `포스트 김운용' 시대를 여는 제3대 총재를 선출한다.
2004년 6월 당선된 조정원(58) 현 WTF 총재가 김운용 전 총재의 남은 10개월 임기를 채움으로써 새로 시작되는 4년 임기의 수장을 선출하게 된다.
후보로는 26일 현재 조 총재와 박선재(67) 이탈리아 태권도협회장이 출마했다.
선거 출마와 관련해 방한한 박 후보는 이날 기자와 만나 "한국이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면 딸수록 한국의 스포츠 외교는 폭이 좁아질 것"이라며 "코치와 심판 등 현장경험이 많고 유럽 등 스포츠 외교관들을 폭넓게 알고 있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총재가 있을 때 국내와 세계 한인들은 걱정없이 태권도만 하면 됐지만 이젠 동계올림픽 유치 등 스포츠 외교까지 신경써야 한다"며 "외교력과 정치력,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총재가 나와야 세계 태권도계를 아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WTF 총재는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한국이 계속 태권도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한국에서 총재가 계속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도 버릴 때 비로소 태권도가 세계인들에게 재미있고, 신뢰할 수 있는 경기가 되고,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총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고, WTF 본부를 유럽 등으로 옮길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정관상 총재가 어느 나라 사람이건 본부는 한국에 있다고 규정돼 있다"고 잘라말했다.
나이에 대해서도 그는 "WTF내 유럽 태권도인들과 유대관계를 나눌 수 있고, 세계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 중 상당수와 친분을 나누고 있다"며 "현재 일부 태권도인 사이에 퍼지고 있는 `태권도는 한국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킬 자신이 있다"고 표명했다.
그는 현재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한국의 메달밭이란 인식 때문에 `반한(反韓) 감정'까지 생기고 있어 태권도 외교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연세대 1학년 재학 중 1958년 이탈리아 로마로 유학, 정착한 그는 로마대학 정치학과와 나폴리 동양어학원을 나와 한국어를 20년간 가르쳤으며, 태권도 도장을 열어 이탈리아인들에게 태권도를 보급했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400여개 도장에 4만여명의 태권도인이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정관상 조 후보는 WTF 총재 후보가 될 수 없다며 한국 법원과 IOC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총재 입후보자는 각 회원국 태권도협회 집행위원(이사)이어야 하는데 조 후보는 이사가 아니고 고문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연맹 제11조 7항에 위배된다.
그는 "한국인끼리 싸우는 모양새를 보일까 봐 걱정되지만 세계 태권도인의 신뢰와 한국 태권도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서 방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태권도 및 한국어 보급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 대통령과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이탈리아 국민훈장 기사장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