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하천 교량에 걸려 있던 어떤 현수막의 내용인데요, 여기에서는 잘못된 부분이 두 군데 있습니다. 잘 들어보십시오.
‘하천에서는
허가 받지 않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선 ‘허가 받지 않는 행위’라는 말은 약간의 손질이 필요한데요, 내용상 허가를 하는 곳은 관청이고, 허가를 받는 사람은 일반인들일 것입니다.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표현이 두 가지로 바뀔 수 있을 텐데, 관청이 주체라면 ‘허가하지 않은 행위’가 돼야 하고, 일반인이 주체라면 ‘허가 받지 않은 행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오류는 ‘일체’라는 표현입니다.
‘일체’라는 한자어에서 두 번째 글자는 상황에 따라서 두 가지 음으로 발음되는데, ‘일체’라고 읽을 때는 ‘모두’라는 뜻을 가지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반면에 두 번째 글자가 ‘절’로 읽힐 때는 ‘끊다’라는 뜻을 가지기 때문에 ‘일절(一切’이라는 말은 사물을 부인하거나 금지할 때 쓰이는 말로 ‘아주, 전혀, 결코’의 뜻을 갖게 됩니다.
앞의 예문에서는 ‘일체 금지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일절 금지하고 있습니다’로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현수막의 내용을 조금 바꿔서 말한다면 ‘하천에서는 허가하지 않은
행위 일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