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4가지 고통, 즉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생노병사]라고 하는 것인데요, 이것을 글자로 표기한 것을 보면 발음 그대로 ‘생노병사’라고 한 것과 둘째 음절에 ‘로’자를 써서 ‘생로병사’라고 한 것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맞는 표기 형태는 무엇일까요?
두 번째 음절의 한자를 ‘늙을 로(老)’자를 써서 ‘생로병사’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한자가 단어의 첫 음절에 올 때는 ‘노인, 노후’처럼 두음법칙에 의해서 ‘노’자를 쓰지만, 둘째 음절 이하에 왔기 때문에 그대로 ‘로’자를 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모든 감정을 압축해서 표현하는 ‘희로애락’이라는 말은 어떨까요? ‘희로애락(喜怒哀樂)’은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두 번째 글자인 ‘로’자는 원래 ‘성낼 노(怒)’자입니다. 원래 한자음의 발음 그대로 써서 ‘희노애락’이라고 써야 할 것 같지만, 이때는 ‘희로애락’이라고 쓰고 발음도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합니다.
그 이유는 일반인들이 ‘희노애락’이라고 하지 않고, ‘희로애락’이라고 많이 써 왔기 때문에 이렇게 굳어진 발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은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 중에는 그 한자의 원래 음이 있지만 일반 언중 사이에서 본음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음을 대신 써서 그대로 익숙해지는 경우에는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