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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배우기

버금가다

2008-07-16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을 한자어로 ‘제일(第一)’이라고 하는데, 우리 고유의 표현에도 ‘으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자어에서는 숫자를 붙여서 ‘제이, 제삼’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우리말에는 별개의 표현이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으뜸의 바로 아래, 또는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켜서 ‘버금’이라고 합니다.

어떤 시상식에서 ‘1등, 2등’이라는 말 대신 ‘으뜸상, 버금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버금’이라는 말을 ‘버금가다’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 말은 으뜸의 바로 아래가 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버금가다’를 사용하면서 본래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쓸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그 사람은 한국 사람에 버금가는 한국말 실력을 가졌다.’라고 하는 문장의 뜻을 살펴보면, 어느 외국인이 한국말을 너무나 잘해서 한국 사람과 실력이 비슷하거나 맞먹을 정도라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버금가다’는 이런 뜻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OO와 맞먹는 실력’이라든가 ‘OO에 필적하는 실력’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왕에 버금가는 권세를 가졌다’는 말은 ‘왕과 맞먹을 정도의 큰 권세를 가졌다’는 뜻이 아니라 ‘2인자의 권세를 가졌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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