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음의 대화 내용을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재하가 승진해서 한턱낸다면서?”
“응, 내일 저녁에 모이기로 했어.”
“오랜만에 거나하게 포식하겠구나. 기대가 된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처럼 좋은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과 기쁨을 함께하면 베푸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즐거워지겠죠.
앞서 들으신 대화에서 자연스럽지 않은 표현이 있었는데 찾으셨는지요. 마지막 부분에 나온 ‘거나하게 포식하겠구나.’라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포식(飽食)’이라는 말은 배부르게 먹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주로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다는 의미로 쓰게 됩니다. 그런데 대화에서 같이 썼던 ‘거나하다’라는 말은 술 같은 것에 취한 그 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하는 상태에 있다는 뜻으로, 대개 술과 관련해서 쓰는 표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나하게 포식한다.’는 말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죠.
‘거나하다’는 보통 ‘술이 거나하게 취하다, 술기운이 거나하게 돌다’와 같은 표현으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나하다’의 준말로 ‘건하다’가 있는데, 준말 형태로 바꿔서 ‘술이 건하게 취하다’나 ‘술기운이 건하게 돌다’로도 쓸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