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표현 가운데는 한글로 쓸 때 같은 글자를 사용하면서 전후의 순서가 반대인 말들이 있습니다. ‘당황하다’와 ‘황당하다’라는 표현이 바로 그런 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두 표현은 느낌으로 볼 때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기 때문에 다른 상황에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황(唐慌, 唐惶)하다’는 놀라거나 다급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뜻인데, 여기서 ‘황’자는 ‘어리둥절할 황(慌)’자나 ‘두려워할 황(惶)’자를 씁니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아서 당황했다.’라든지 ‘그는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몹시 당황하고 있다.’와 같이 어떤 일을 당하고 너무나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을 표현합니다.
반면에 ‘황당(荒唐)하다’는 말이나 행동 같은 것이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다는 뜻으로, ‘거칠 황(荒)’자를 씁니다. ‘너무나 황당한 소문이어서 어이가 없다.’ 또는 ‘그 이야기는 허황되고 황당한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당황하다’와 ‘황당하다’의 또 다른 차이를 살펴보면 ‘당황하다’는 동사이면서 ‘당황’이라는 자립적인 명사로도 쓰이는 반면에, ‘황당하다’는 형용사이고, ‘황당’과 같이 자립적으로 쓰이지 못해서 뒤에 ‘-하다’ 같은 접미사와 결합해서만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