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버린다거나 무효로 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파기’와 ‘폐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통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또 서로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우선 ‘파기(破棄)’의 첫 번째 뜻은 깨뜨리거나 찢어서 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서를 파기할 때는 반드시 문서 파기 규정에 따라야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이나 조약 또는 약속 같은 것을 깨뜨려 버린다는 뜻으로도 쓰기 때문에 ‘계약 파기’라든지 ‘협상파기’와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뜻이 더 있는데, 소송법에서, 상소 법원에서 상소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여 원심 판결을 취소하는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폐기(廢棄)’는 못 쓰게 된 것을 버린다는 뜻으로 ‘시설의 폐기’라든가 ‘폐기 처분’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약이나 법령, 약속 같은 것을 무효로 한다는 뜻도 있어서 ‘계약의 폐기’ 또는 ‘법률의 폐기’와 같이 쓰게 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파기’와 ‘폐기’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의미는 서로 유사하지만, ‘파기’에는 법률 용어로 사용하는 세 번째 뜻이 있어서 바로 이것이 ‘폐기’와 차이가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