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이가 다 보이게 웃는다고 할 때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글자로 표기한 것을 보면 발음 그대로 ‘드러내다’로 쓴 것과 ‘드’ 밑에 ‘ㄹ’ 받침을 쓰는 ‘들어내다’로 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표현의 발음은 물론 똑같이 [드러내다]로 나지만 의미로 보면 전혀 다른 뜻의 단어들이지요.
우선 발음과 같은 ‘드러내다’라는 말은 가려 있거나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한다는 뜻으로 앞에서 말씀드렸던 내용과 같은 뜻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뭔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널리 밝힌다는 뜻으로 써서, ‘본색을 드러내다’ 또는 ‘천재성을 드러내다’와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드’ 밑에 ‘ㄹ’ 받침을 쓰는 ‘들어내다’는 ‘들다’와 ‘내다’라는 두 개의 동사가 합해져서 나온 표현으로, ‘물건을 들어서 밖으로 옮긴다’는 것이 기본적인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서 ‘창고에서 재고품을 들어낸다.’ 또는 ‘생선의 내장을 들어낸다.’와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고 할 때 ‘드’ 밑에 ‘ㄹ’ 받침을 쓰는 ‘들어내다’를 쓰면 이를 다 뽑아내고 웃는다는 좀 섬뜩한 뜻이 되고 맙니다. 둘 다 [드러내다]로 똑같이 발음하는 단어들이지만 의미가 전혀 다른 표현들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구별해서 쓰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