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음의 대화를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여행 가서 사진 많이 찍었어요?”
“네, 찍기는 많이 찍었는데 다 허접한 것 같아요.”
“무슨 겸손의 말씀을. 영호 씨, 사진 잘 찍잖아요.”
뭔가를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을 두고 ‘허접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대개 결과물이 ‘별로 좋지 않다’든지 ‘쓸 만한 것이 없다’는 뜻으로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전에서 ‘허접’이라는 표제어를 찾아보면 ‘도망친 죄수나 노비 등을 숨겨 줘서 묵게 하던 일’을 의미한다고 돼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허접하다’와는 전혀 의미가 맞지 않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결국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뜻으로 ‘허접하다’를 쓰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허접하다’ 외에도 ‘허접쓰레기’라는 표현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대개 쓸 만한 물건이 아니라거나 별로 값어치 없는 물건이라는 뜻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것 역시 맞는 표현이 아니고, ‘허섭스레기’가 바른 표현입니다.
이것은 원래 좋은 것이 빠지고 난 뒤에 남은 허름한 물건을 뜻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삿짐을 싸고 남은 허섭스레기가 사방에 널려 있다.’ 이렇게 쓸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하실 것은 ‘허섭’이라는 말 뒤에 ‘쓰레기’라고 하지 않고 ‘스레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발음은 [허섭쓰레기]로 나지만 표기는 ‘허섭스레기’로 한다는 것도 꼭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