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음의 대화 내용을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왜 이렇게 어지럽고 머리가 아픈지 모르겠어요.”
“병원에는 가 봤어요?”
“아니요. 아무래도 오늘은 병원에 들렸다 가야겠어요.”
어지럼증은 단순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심각한 병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요.
앞서 들으신 대화에서 나온 표현 가운데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틀리는 표현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들르다’의 활용 문제입니다. 워낙 많은 분들이 틀리게 사용하셔서 사실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병원에 들렸다 간다’고 한 경우에는 동사 ‘들리다’를 쓴 것이죠. ‘들리다’는 ‘듣다’의 피동이나 사동의 형태로 ‘소리를 듣게 되다’나 ‘뭔가를 듣게 하다’의 뜻이 있는데, 이것은 ‘들리고, 들리지, 들려서’ 등으로 활용합니다.
반면에 ‘들르다’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른다는 뜻으로 ‘들르고, 들르지, 들러서’와 같이 활용하지요. 활용상의 오류를 살펴보면 ‘들리다’와 ‘들르다’를 모두 ‘들리다’의 활용형으로 통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앞서 들으신 대화에서 ‘병원에 들렸다 가야겠어요.’라고 한 것은 ‘병원에 들렀다 가야겠어요.’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