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부산영화제’에서 있었던 ‘한국 영화 회고전의 밤’을 비롯해서 화가나 사진작가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의 예전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하는 각종 ‘회고전’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지나간 일을 돌이켜본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회고’ 외에도 ‘회상’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 두 표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 ‘회고(回顧)’는 ‘뒤를 돌아다보는 것’과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고위 공직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서 기록한 것을 책으로 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것을 흔히 ‘회고록(回顧錄)’이라고 하고, 또 지나간 일을 생각하며 하는 이야기는 ‘회고담(懷古談)’이라고 하지요.
한편 ‘회상(回想)’은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이나 그런 생각 자체를 뜻하고, 대개 ‘회상에 잠기다’ 같은 표현으로 많이 씁니다. 뜻풀이만을 놓고 본다면 ‘회고’나 ‘회상’은 모두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으로 같기 때문에 이 두 표현을 서로 바꿔 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자를 비교해 보면 ‘회고’에서는 ‘돌아볼 고(顧)’자를 쓰고 ‘회상’에서는 ‘생각 상(想)’자를 씁니다. 따라서 ‘회상’이 단순하게 지나간 일을 생각하는 것이라면 ‘회고’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마음에 새기고 반성한다는 뜻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