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음의 대화를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기가 왜 이렇게 울지요?”
“제가 좀 얼러 볼게요.”
어린아이가 울거나 보챌 때는 아이의 몸을 움직여 주거나 아니면 뭔가를 보여 주거나 들려주면 효과가 있는데요, 이런 것을 가리켜 말할 때 ‘어르다’와 ‘얼르다’ 두 가지 표현을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맞는 표현은 ‘어르다’입니다.
‘어르다’는 ‘르’ 불규칙 용언이기 때문에 ‘어르고, 어르니, 얼러’와 같이 활용되기 때문에 앞서 들으신 대화에서 나온 ‘얼러 볼게요’라는 표현은 맞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와 같이 ‘얼러’라는 활용형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의외로 동사의 형태를 ‘얼르다’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어르다’는 어린아이를 달랜다는 뜻 외에도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린다는 뜻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그는 대표직 자리를 내놓으라고 어르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했다.’와 같이 말할 수 있지요.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 ‘어르고 뺨 치기’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것은 그럴듯한 말로 꾀어서 은근히 남을 해롭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뜻으로 ‘어르고 등골 뺀다.’ 같은 속담도 있다는 것을 참고로 함께 알아 두시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