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집을 비우고 외출해도 별로 불안해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수법이 상당히 다양하고 교묘해져서 문 잠그는 장치를 여러 개 해 놔도 불안한 느낌이 들 만큼 세상이 참 많이 험해진 것 같습니다.
일반 가정집뿐만 아니라 관공서나 학교, 가게 같은 곳에서도 특별히 보안을 위해서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요, 보안과 관련해서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시건장치’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일본어식 한자어로 ‘시정(施錠)’이라고 하고 ‘자물쇠를 설치한다’ 또는 ‘잠금장치를 한다’라는 뜻으로 쓰였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는 ‘시건(施鍵)’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시정’이라는 말의 ‘정(錠)’자는 ‘자물쇠’를 뜻하고, ‘시건’의 ‘건(鍵)’자는 ‘열쇠’를 뜻하는 한자니까 잘 생각해 보면 본래 의도했던 ‘잠그는 장치’와는 정반대로 ‘여는 장치’라는 말이 된 거죠.
‘시건 장치’라는 말은 일반 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총기와 관련해서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관공서를 중심으로 쓰이기 시작해서 별 저항 없이 널리 사용됐는데, 이 말은 ‘잠금장치’로 순화해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간혹 ‘시건장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잠금장치’라고 하는 것이 이해하기도 쉬우니까 앞으로는 ‘시건장치’라는 말 대신 ‘잠금장치’라고 하시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