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눅은 데 패가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물건 값이 눅다고 너무 많이 사들이다가는 결국 살림을 망친다는 뜻인데요, 결국 욕심 부리지 말고 필요한 만큼 돈을 쓰라는 말이지요.
여기에 나온 ‘눅다’라는 말은 동사로도 쓸 수 있고 형용사로도 쓸 수 있습니다. 우선 동사의 경우는 굳거나 뻣뻣하던 것이 무르거나 부드러워진다는 뜻으로 ‘봄비에 땅이 눅었다.’와 같이 쓸 수 있고, 분위기나 기세 같은 것이 부드러워진다는 뜻도 있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질도 눅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지요.
반면에 형용사로 쓰일 때는 몇 가지 뜻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으로는 ‘반죽 같은 것이 무르다, 열기나 습기가 스며서 물렁하다 또는 날씨가 푸근하다’ 같은 뜻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속담에서 ‘눅다’는 ‘값이나 이자 따위가 싸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지요.
‘눅다’와 관계있는 표현 중에 ‘누지다’와 ‘눅지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누지다’는 습기를 먹어서 축축한 기운이 있다는 뜻의 형용사로, ‘눅눅하다’와 비슷한 뜻을 갖고 있고, ‘장마철이라서 방이 누지다.’와 같이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눅지다’는 기세나 성미 같은 것이 부드러워진다는 뜻의 동사로, ‘그는 원래 성미가 눅진 편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