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신체를 활용한 표현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부아가 치밀다’는 ‘폐(肺)’와 관계있고, ‘슬하의 자녀’는 ‘무릎’과 관계가 있고, 또 ‘초미의 관심사’는 ‘눈썹’과 관계가 있는 표현들이지요.
그렇다면 ‘그는 톨스토이에 비견할 만한 소설가이다.’에서 나오는 ‘비견’은 우리 신체 중에서 어디와 관계가 있는 표현일까요?
네, ‘비견’에서 ‘견’자는 ‘어깨’를 뜻하는 한자이기 때문에 이것은 ‘어깨’와 관계가 있습니다. ‘비견(比肩)’은 앞서거나 뒤서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으로, 낫고 못할 것이 없이 정도가 서로 비슷하게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지요.
그리고 ‘일에 실패해서 원래 있던 지위에서 물러나는 것’을 가리켜 ‘실각’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각’자는 ‘다리’를 뜻하는 한자를 씁니다. 원래 ‘실각(失脚)’은 발을 헛디딘다는 뜻인데, 일에 실패해서 있던 지위에서 물러나는 것을 뜻하게 된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실족(失足)’이라는 말도 있지요. ‘족’은 ‘발’을 뜻하는 한자로, 발을 헛디딘다는 뜻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늦은 밤 귀가 길에 실족해서 다쳤다든지 산을 타다가 실족사했다는 기사를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신체를 활용한 표현인 ‘비견하다’와 ‘실각하다’ 그리고 ‘실족하다’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