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가을볕에는 딸을 쬐이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쬐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선선한 가을볕에는 딸을 쬐이고, 살갗이 잘 타고 거칠어지는 봄볕에는 며느리를 쬐인다는 뜻인데요, 결국 시어머니는 며느리보다 제 딸을 더 아낀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지요.
이 속담에 나온 ‘쬐이다’는 ‘쬐다’의 사동산데요, ‘쬐다’라는 동사는 볕이나 불기운 같은 것을 몸에 받는다는 뜻입니다. ‘모닥불에 젖은 옷을 쬐어 말린다.’ 또는 ‘햇볕을 너무 많이 쬐었다.’와 같이 쓰는데요, 이 경우는 타동사로 쓰인 것이고, 볕이 들어 비친다는 뜻의 자동사로 쓰일 때는 ‘우리 집은 남향집이라서 햇볕이 잘 쬔다.’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쬐다’와 비슷하게 쓸 수 있는 동사로 ‘쐬다’가 있습니다. ‘쐬다’는 얼굴이나 몸에 바람이나 연기, 햇빛 같은 것을 직접 받는 것을 말해서 ‘바람 쐬러 나간다.’ 또는 ‘햇빛을 너무 많이 쐬어 얼굴이 검게 탔다.’ 또는 ‘연기를 쏘여서 코 밑이 까무스름하게 됐다.’와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두 표현을 비교해 보자면 먼저 말씀드린 ‘쬐다’는 ‘볕이나 불기운’을 받는 것을 뜻하고, 나중에 말씀드린 ‘쐬다’는 ‘바람이나 연기, 햇빛’을 받는 것을 뜻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표현인 ‘쬐다’와 ‘쐬다’를 정확하게 구별해서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