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글’과 ‘글씨’를 혼동해서 쓰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요, ‘글’은 생각이나 일 따위의 내용을 글자로 나타낸 기록을 말하고, ‘글씨’는 ‘쓴 글자의 모양’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을 잘 쓰는 것’과 ‘글씨를 잘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요.
일반적으로 ‘달필(達筆)’이라고 하면 ‘능숙하게 잘 쓰는 글씨, 또는 그런 글씨를 쓰는 사람’을 뜻하는데, ‘능숙해서 막힘이 없는 말’을 ‘달변(達辯)’이라고 하는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럼 ‘달필’과는 반대로 ‘잘 쓰지 못한 글씨’는 뭐라고 할까요?
네, 이것은 ‘악필(惡筆)’이라고 할 수 있고, 예를 들어 ‘저는 워낙 악필이라서 제가 쓴 것을 저도 읽기 힘들 정도예요.’와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악필’과 관련해서 ‘졸필(拙筆)’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졸필’은 ‘솜씨가 서투르고 보잘것없는 글씨나 글’을 말하는데, ‘악필’은 ‘글씨’만을 의미하는 데 반해 ‘졸필’은 ‘글과 글씨’를 모두 뜻하는 단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 ‘졸필’은 ‘글씨나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고, 또 ‘자기가 쓴 글씨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졸고(拙稿)’라고 하면 ‘내용이 보잘것없는 원고’라는 뜻도 있지만, ‘자기나 자기와 관련된 사람의 원고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도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