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국어 연구회 제공 ‘바른 말 고운 말’입니다.
‘가정은 삶의 안식처’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가정으로 돌아오게 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안식처(安息處)’라는 말은 한자 뜻 그대로 ‘편히 쉬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이 ‘안식’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표현 중에 우리가 종종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안식년(安息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교수 사회에서 더 많이 듣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내년에는 미국에서 안식년을 보내려고 합니다.’와 같이 말합니다.
그런데 원래 ‘안식년’이라는 말은 유대교인들이 유대교 율법에 의해서 7년마다 1년씩 쉬는 해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 해에는 종에게 자유를 주고 빚을 탕감해 주는 전통이 있었다고 하지요.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서 기독교의 서양 선교사들이 7년에 한 번씩 모든 일에서 벗어나 쉬는 해를 받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하여 1년 정도씩 주는 휴가’를 ‘안식년’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특히 대학 사회에서는 강의에 쫓겨 연구 활동에 소홀해지기 쉬운 교수들에게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뜻에서 안식년 제도를 도입한 학교들이 많이 있지요. 원래는 유대교의 율법에서 나온 제도지만 유대교라는 종교와는 별 관계없이 ‘안식년’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