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국어 연구회 제공 ‘바른 말 고운 말’입니다.
어떤 일이 잘 진행돼 가다가 결국 이루지 못하도록 뒤틀어 놓는 일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산통을 깨다’ 또는 ‘산통이 깨지다’와 같이 표현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산통’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아마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점치는 사람이 어떤 통을 흔들고 그 속에서 나뭇가지 같은 것을 뽑아내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산통(算筒)’은 점을 치는 데 쓰는 산가지를 넣어두는 통을 말하니까 바로 그런 장면을 연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산가지[산ː까지]’라는 것은 점술에서, 괘(卦)를 나타내기 위해 쓰는 도구인데요, 네모기둥꼴로 된 6개의 나무로, 각각에 음양을 표시한 네 면이 있습니다. 산통점(算筒占)은 가느다란 산가지에 숫자를 새겨서 산통 속에 집어넣고 흔든 다음, 왼손으로 산가지를 세 번 집어내서 길흉화복의 운명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산가지를 집어넣는 산통이 깨지면 점을 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산통점을 쳐서 먹고사는 점쟁이들에게는 대단히 큰 문제가 됐을 겁니다. 그래서 ‘산통을 깨다’ 또는 ‘산통이 깨지다’란 말은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틀거나, 뒤틀린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이지요.
우리말 표현 중에는 이와 같이 옛날 문화나 민속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문화와 표현을 같이 알아 가는 것도 흥미롭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