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나 현상 같은 것이 한꺼번에 많이 발생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할 때 ‘봇물을 이루다’라는 표현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봄을 맞아 새로운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는 ‘경기장에서 나오는 관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와 같이 말이죠.
그런데 실제로는 이 ‘봇물을 이루다’는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원래 ‘봇물’은 ‘보에 괸 물’ 또는 ‘거기서 흘러내리는 물’을 뜻하는데, ‘보(洑)’라는 것은 ‘논에 물을 대기 위한 수리 시설의 하나로, 둑을 쌓아 흐르는 냇물을 막고 그 물을 담아 두는 곳’을 말합니다.
‘보’에 있는 물이 항상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뭄에는 물이 말라서 보의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없을 수도 있고, 홍수 때는 보의 물이 넘칠 수도 있습니다. ‘봇물을 이루다’라는 말은 정적인 것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어떤 일이나 현상 같은 것이 한꺼번에 많이 일어나는 동적인 상황을 나타내기에 적절하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봇물이 가득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는 동적인 현상을 표현하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것은 ‘봇물이 터지다’ 또는 ‘봇물 터지듯’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그러므로 앞서 말씀드렸던 예문은 ‘새로운 상품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그리고 ‘관중이 봇물 터지듯 경기장에서 나오고 있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