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한국에서 활동하던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어를 잘 몰라서 일어났던 실수담도 많이 있지만,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가서 그 나라 말을 잘 몰라서 생긴 실수담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한 예를 들어 보면, 속도를 높여서 운전하다가 속도위반으로 걸린 사람에게 경찰이 면허증을 보여 달라고 하니까 한국에서 하던 식으로 경찰에게 ‘Look at me once, please.’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이것을 우리말로 바꿔 보면 ‘한 번만 봐주세요.’가 될 텐데요, 여기에 나온 ‘봐주세요.’는 원래 ‘보아주다’라는 동사에서 온 것이고, 이것이 줄어서 ‘봐주다’가 된 것입니다. 동사 뒤에 보조 용언을 쓸 때는 띄어서 쓰지만, 경우에 따라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한다고 돼 있는데요, 지금 말씀드리는 ‘봐주다’의 경우에는 ‘주다’가 보조 용언이 아닙니다. ‘보아주다’ 또는 ‘봐주다’는 ‘남의 입장을 살펴 이해하거나 잘못을 덮어 주다’의 뜻을 가진 하나의 동사이기 때문에 모두 붙여서 써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자기가 있는 쪽을 보라고 하면서 ‘이쪽을 봐 주세요.’라고 할 때는 띄어쓰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이 경우에는 동사 ‘보다’와 보조 동사 ‘주다’가 만난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봐’와 ‘주다’를 띄어서 써야 합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동사인지 아니면 보조 동사와 결합한 것인지를 잘 보신다면 띄어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구별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