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에게서 들은 얘긴데요, 딸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에 가서 지내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그만 딸아이를 데리고 간 것을 깜빡하고 혼자 집에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살면서 깜빡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현대 사회에서는 생활이 바쁘고 복잡해서 그런지 젊은 분들 가운데도 건망증이 심한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기억이 안 나는 것을 가리킬 때 ‘잊다’와 ‘잃다’ 중 어느 것을 쓰는 것이 맞는지 혼동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 시간에도 몇 차례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구별해서 쓰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잊다’는 기억에서 사라지거나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는 뜻인 반면에 ‘잃다’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잊다’와 혼동해서 사용하는 뜻은 가지고 있던 물건을 놓치거나 떨어뜨려서 더 이상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다’와 ‘전화번호를 잃어버리다’는 어떤 차이가 있는 표현인지 아시겠지요?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다’는 외웠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 것이고, ‘전화번호를 잃어버리다’는 적어 놓은 종이나 수첩 같은 것이 없어졌다는 뜻으로 이 두 표현에는 서로 의미의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앞으로는 ‘잊다’와 ‘잃다’의 뜻을 잊어버리지 마시고 정확하게 구별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