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관용 표현에 ‘학을 떼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괴롭거나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느라고 진땀을 빼거나, 그것에 거의 질려 버린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학(瘧)’은 ‘학질(瘧疾)’을 가리키는 것으로 결국 ‘말라리아’를 뜻합니다. 일단 이 병에 걸리게 되면 회복되기까지 너무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이죠.
이 학질과 관련된 표현으로 ‘하루거리’와 ‘이틀거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루거리’는 ‘하루씩 걸러서 앓는 학질’을 말하고, ‘이틀거리’는 ‘이틀을 걸러서 발작하며 좀처럼 낫지 않는 학질’을 말하지요. 여기에 나오는 ‘하루’와 ‘이틀’ 뒤에 붙은 ‘-거리’라는 접미사는 하루 이상의 기간을 나타내는 명사 뒤에 붙어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동안’이라는 뜻을 더해 줍니다.
이와 비슷하게 ‘사흘거리’라는 말도 있는데요, 이것은 학질이라는 병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사흘에 한 번씩’이라는 뜻으로 주로 ‘사흘거리로’의 형태로 사용됩니다.
또 ‘하루씩 거르는 것’을 보통 ‘격일(隔日)’이라는 한자어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날거리’라는 우리 고유의 표현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해를 거르는 것’을 ‘격년(隔年)’ 또는 ‘해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해거리’라는 말을 농사와 관련해서 보면 ‘한 해를 걸러서 열매가 많이 열리는 현상’을 뜻한다는 것을 함께 알아 두시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