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묵은 치부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묵다’는 ‘일정한 때를 지나서 오래된 상태가 된다’라는 뜻의 동사이고, ‘치부장(置簿帳)’은 ‘돈이나 물건이 들고 나고 하는 것을 기록하는 책’을 말합니다.
‘묵은 치부장’을 단어 뜻 그대로 보면 ‘시간적으로 많은 시간이 지난 치부장’이라는 뜻인데요, 이것은 결국 ‘쓸데없는 것이라 까맣게 잊어버린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묵다’와 관련된 음식 이름 중에 일반적으로 ‘묵은지’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묵은지’는 ‘묵은 김치’의 전라도 방언인데, 여기서 ‘지’는 ‘김치’를 뜻하는 일부 지역의 방언이지요.
실제로 이 ‘지’자를 붙인 김치 종류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무를 통째로 소금에 짜게 절여서 묵혀 두고 먹는 김치’를 ‘짠지’라고 하고, ‘소금물에 삼삼하게 담근 무김치’를 ‘싱건지’ 또는 ‘싱건김치’라고 합니다. 그리고 김치 종류는 아니지만 주로 여름에 많이 해 먹는 ‘오이지’도 있지요.
또 ‘묵’자 뒤에 ‘이’자를 쓴 ‘묵이’라는 말은 ‘오래 두었던 물건이나 오랫동안 처리하지 않았던 일’이라는 뜻으로, ‘두 해 묵이를 끝내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후련하였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쓰기에 알맞은 물건’을 가리켜서 ‘만년묵이’ 또는 ‘만년치기’라고 한다는 것을 함께 알아 두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