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나타낼 때 종종 사용하는 ‘추호도 없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그 사람과 같이 일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와 같이 쓸 수 있는데, 이 말은 앞으로 그 사람과 같이 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여기에 나오는 ‘추호’는 무엇을 뜻하는 표현일까요?
‘추호’는 ‘가을 추(秋)’자에 ‘가는 털 호(毫)’자를 써서, 원래는 ‘가을철에 털갈이해서 새로 돋아난 짐승의 가는 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추호도 없다’란 말은 가늘어진 터럭 하나조차도 없을 정도라는 뜻이니까, 결국 매우 적거나 조금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 된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예문에서처럼 ‘추호’는 대개 ‘추호도’ 또는 ‘추호의 OO’와 같은 형태로 사용되고, 그 뒤에는 부정하는 표현이 뒤따라오게 됩니다. 한자어가 아닌 우리 고유어 표현으로 ‘털끝만큼도 없다’와 같은 뜻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호’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것으로 ‘호리(毫釐)’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 ‘호(毫)’와 ‘이(釐)’는 자나 저울눈에서 사용되는 단위인데, 그 크기가 워낙 작거나 적기 때문에 ‘매우 적은 분량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관용 표현인 ‘호리를 다투다’는 ‘매우 적은 분량도 아껴 쓰고 아까워한다’는 뜻인데요, 보통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아껴서 급하게 서두른다’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는 ‘분초를 다투다’와 같은 맥락에서 사용하실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