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시작해서 끝내지 않고 중간에 그만두는 것을 가리켜서 ‘도중하차(途中下車)’라고 하는데, 원래 이것은 ‘목적지에 닿기 전에 차에서 내리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오래 전에 사용하던 기차표에는 출발지와 목적지 외에도 ‘중도하차 전도무효’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이것은 표에 적혀 있는 목적지까지 가지 않고 도중에 내리면 나머지 구간은 무효라는 뜻입니다.
지금 말씀드린 내용에서 ‘도중’과 ‘중도’라는 두 가지 표현이 나온 것을 들으셨을 텐데요, 이 두 표현은 모두 같은 한자를 쓰면서도 그 순서가 서로 반대로 돼 있습니다.
‘도중(途中)’은 ‘일이 계속되고 있는 과정이나 일의 중간’이라는 뜻으로, 다른 명사와 함께 쓸 때는 보통 ‘강의 도중’, ‘근무 도중’, ‘회의 도중’과 같이 ‘도중’을 뒤에 쓰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 ‘여행하는 도중에’나 ‘말하는 도중에’와 같이 ‘OO-는 도중에’라는 형식으로도 많이 씁니다.
반면에 ‘중도(中途)’는 ‘일이 진행되어 가는 동안’이라는 뜻으로, 대개 ‘중도 탈락’, ‘중도 포기’, ‘중도 사퇴’와 같이 ‘중도’를 앞에 씁니다. ‘도중’과 ‘중도’는 같은 한자를 쓰고 뜻도 비슷한 표현들이지만 사용할 때는 이와 같이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