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바른 우리말입니다.
우리말에 ‘차비 삼 년에 제 떡 쉰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것은 준비하는 시간이 삼 년이 걸려서 제사에 쓸 떡이 쉬었다는 뜻으로, 준비하는 데 너무 느리고 굼떠서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게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 속담에 나오는 ‘차비(差備)’는 ‘차를 타는 데 드는 비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준비’와 관련된 뜻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차비’는 궁궐에서 특별한 일을 맡기기 위해 임시로 기용할 때 쓰는 용어였습니다. 궁궐에 속해서 잡역을 맡아 하던 남자 종을 ‘차비노(差備奴)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궁궐에서 물 끓이는 일, 고기 다루는 일 또는 반찬 만드는 일 등 여러 가지 일을 담당했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 한자어 ‘차비(差備)’에 음운변화가 일어나서 굳어진 형태인 ‘채비’도 우리말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채비’는 ‘어떤 일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이나 자세 따위가 미리 갖추어져 차려지거나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겨울 채비에 바쁘다.’, ‘나갈 채비로 부산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데요, ‘채비’의 원말이 한자어 ‘차비(差備)’라는 것도 흥미로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아나운서 이영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