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Go Top

[초점] 아프간 인질 사태는 어디로?

2007-07-26

뉴스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 중 한 명인 배형규 목사의 피살 사실이 26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태 조기해결 희망은 다소 어두워졌고,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곤혹스런 한국 정부 입장

스탠스가 좁다. 탈레반 측의 요구사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감자 석방은 기본적으로 아프간 정부가 결정할 문제인데 반해 탈레반에 제시할 수 있는 다른 협상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 수감자 석방:
△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딜레마
수감자 석방은 기본적으로 아프간 정부가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지난 번 이탈리아 기자 석방 대가로 수감자를 풀어준 이후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테러리스트와 거래했다는 맹렬한 비난에 직면했었다. 카르자이 대통령도 당시 '이번 한번만의 거래'라고 못박은 바 있다. 수감자 석방은 아프간 정부로서도 피하고 싶은 일이다. 또 재정의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뜻을 거스러기는 어렵다.
△ 미국과 국제사회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결정은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최소한 암묵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은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탈레반이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 일부는 미군이 억류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 몸값 지불
△ 가능하지만 공개하기 어려운 카드다. 그러나 이 역시 탈레반의 전력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빚는다는 측면에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 협상이 매우 어렵다. 요구대로 줄수도 없고, 피랍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할 수도 없는 어려운 입장이다.

협상의 행로를 결정하는 여러가지 변수들

협상의 진로도 불투명하다. 강온을 오가는 탈레반의 입장, 정보의 혼란을 노리는 탈레반의 '언론 플레이',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여건, 피랍자들의 상태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 탈레반의 입장
불분명하다. 탈레반 최고지도부는 파키스탄 접경에 은신하고 있고, 현장에는 말단 전투조직이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사불란한 통제체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인질을 실제로 억류하고 있는 말단 조직에 상당한 재량권이 주어져 있을 것이고, 인질이 분산돼 있다면 각각의 조직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상대가 통일돼 있지 않으면 협상은 몇배 어려워진다.

◆ 탈레반의 언론 플레이
탈레반은 게릴라이고 노출돼 있지 않다. 서방 언론은 무한 특종경쟁을 벌인다. 이 틈바구니를 노리면 정보의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는 협상 상대로 하여금 카드를 노출시키도록 만들수도 있고, 애드벌룬을 띄워 국제사회의 여론과 요구 관철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도 있다.

◆ 주변 여건
아프간 정부군, 미군, 나토군 등의 움직임도 변수다. 기본적으로 탈레반 무장세력은 쫓기는 입장이다. 공세를 취하더라도 게릴라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정부군 측은 당연히 상황에 따라 즉각 작전(인질구출, 또는 공격)을 펼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억류 지역이 봉쇄돼 있다, 인질 감시병이 자살폭탄조끼를 입고 있다, 한국 국방부가 군사행동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등등의 보도는 모두 이런 정황을 대변해 준다.

◆ 피랍자들의 상태
극심한 공포와 열악한 생존 여건으로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 병이 날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으며 건강이 급속하게 악화될 수도 있다. 숫자도 많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계속 이동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랍자들의 상태에 따라 희생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고, 협상의 향배도 달라질 수 있다.

사태의 장기화

장기화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일괄타결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탈레반으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간헐적인 인질의 희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제사회의 여론, 한국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협상, 미국 아프가니스탄 등 동맹국과 관련국들의 긴밀한 협력 등이 사태를 최선의 상태로 마무리지을 수 있는 길이다.
Close

우리 사이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쿠키와 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를 계속 이용함으로써 당신은 이 기술들의 사용과 우리의 정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