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경의선 도로를 이용한다는데 남북이 합의했다.
육로든, 해로든 공로든 가는 것은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육로방북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늘과 바다 길
점에서 점으로의 이동이라 할 수 있다. 즉 출발지와 도착지만 있고, 중간은 없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민감한 모든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경호, 의전에서 하다못해 주변 풍경까지, 출발점과 도착점만 확실히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은 항공편이고, 다음이 선박이다.
어느 경우건 영해나 영공을 벗어나 공해 또는 공해 상으로 이동한 다음 영해 또는 영공으로 진입해 목적지에 도착하면 된다.
남북한의 경우, 영해나 영공을 벗어나지 않고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벗어났다가 다시 들어간다. 이런 경우에도 직항로라고 부른다.
땅의 길
반면 육로는 매우 복잡하다. 이동 시간 전체가 노출된다. 노출이란 쌍방향을 의미한다. 즉 이동하는 사람은 이동하는 곳에 노출되고, 이동하는 곳은 이동하는 사람에게 노출된다. 말은 복잡하지만 사실은 단순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정된다.
경호, 의전 등은 물론이고, 특히 남북한 간에는 미묘한 군사문제까지 있다. 휴전선을 통과해야 하고, 휴전선은 양측의 중무장한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곳이다. 군사적으로 매우 미묘하고, 숱한 비밀이 들어있는 곳이다. 보통사람은 봐도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한번 쓱 지나가는 것 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육로방북의 상징성
게다가 육로방북은 상징성도 크다. 고 정주영회장이 소떼를 몰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것은 이런 상징성을 부각하는 이벤트성이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간다는 것은, 그러므로, 엄청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첫째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다.
아직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군최고사령관이 적진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복잡한 의미를 갖게 된다.
둘째 길이 뚫린다는 의미다.
물론 항공기 선박 등이 오가지만, 그것은 아직 단절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땅에 길이 뚫리고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하면 물자와 사람, 그리고 거기에 묻어가는 문화와 정이 동시에 교류하게 된다. 그런 의미를 '길'은 갖고 있는 것이다.
즉 육로방북은 단순히 '이동'의 개념이 아니다.
셋째,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의 완성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의미를 지닌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를 연결해 두고도 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복잡하고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고,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상회담을 위한 대표단이 이 길을 통과하는 것은 닫혀있는 문을 미는 것과도 같은 의미다. 즉 길만 뚫어놓고 사실상 왕래가 없다고 할 수 있는 남북 철도·도로연결사업을 마무리하고 생기를 불어넣는 것과 같은 의미다.
왜 철도가 아니라 도로일까?
북측이 자신들의 내부 사정을 들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앞서 제시한 의미는 도로보다는 철도 쪽에 있는 것이다. 이는 또한 북측이 난색을 표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이번에 철도를 이용하면 철도 완전 개통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속사정은 어떤 것이든, 북한이 아직 철도까지 개통할만한 준비는 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2007년 5월 시험운행을 제외하면 아직 철도를 이용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을 방문한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