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의 대폭락
16일 한국 증시는 사상최대의 폭락을 경험했다. '검은 목요일'이란 말이 무색치 않다.
이전 거래일(15일 광복절 휴장이었으므로 14일)보다 KOSPI는 125.91 포인트, 6.93%, 코스닥은 77.85 포인트, 10.15%가 각각 하락했다. 하락폭으로는 사상 최고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의 불똥이 한국 증시에 튄 것.
그 불똥은 미국 증시를 비롯한 전세계 증시를 모두 끌어내렸지만, 한국의 낙폭은 유독 컸다.
한국 증시 낙폭, 왜 컸나?
한국 자본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직접 투자한 규모는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충격이 컸을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직접적인 요인보다는 배경에서 찾는다. 즉 신흥시장 디스카운트, 한국 증시 투자 규모, 최근의 과도한 상승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 것이다.
◆ 신흥시장 디스카운트
위기 상황이 되면 돈은 안전한 곳으로 몰리는 법이다. 신흥시장은 아무래도 리스크가 높기 마련이고, 따라서 신흥시장에서 돈을 빼내 환매자금으로 충당하거나 달러화(貨)등 안전 자산에 묻어둔다.
◆ 한국 증시 투자 규모
한국 증시는 신흥시장에서 가장 투자 규모가 크다. 위기 상황에서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 경우, 투자규모가 작은 곳에서 돈을 빼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신흥시장에 투자할 때는 한국물을 가장 먼저 사고, 빠져나갈 때도 한국물을 가장 먼저 판다”고 말한다.
◆ 최근의 과도한 상승
한국 증시는 최근 '수직상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폭으로 올랐다. 3월 1300대에 머물렀던 코스피가 4개월여 만에 무려 700포인트가 급등해 7월말 2000선을 돌파했다. 이상과열이었고,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시점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란 악재가 터진 것.
한국증시 낙관론?
이런 분석은 조심스런 낙관론을 낳는다.
즉 원인이 미국에 있고, 미국은 펀더멘털이 건전한 상태로 이 사태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물부문에 일정한 타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국제공황이나, 한국의 경우, IMF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 국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번 폭락이 '추세적 상승'을 위한 '바닥' 다지기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