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칩거에 들어갔다. 19일 정동영 후보측의 ‘조직·동원 선거’를 문제삼고, 예정됐던 TV토론회 출연을 취소한 뒤의 일이다. ‘사퇴설’까지 흘러 나온다. '경선 좌초 위기'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말이다.
손학규 후보
한나라당에서 경기도 지사까지 역임했다. 개혁적이고 깨끗한 이미지로 어필했으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새정치를 표방하면서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른바 범여권의 대통합에 합류,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했고,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했다.
왜 칩거했나?
경선에서 2위로 쳐졌고, 이것이 국민여론의 정확한 반영을 막는 경선룰과 '구태 정치' 탓이라는 것.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른바 '중대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칩거는 '중대 결심'으로 가는 중간 과정인 셈이다.
◆경선 부진
첫 경선인 제주, 울산, 강원, 충북 등 이른바 주말4연전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1위를 내주고, 2위 자리도 박빙으로 이해찬 후보에게 쫓기는 상황이 됐다.
◆지지율 역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는 범여권에서 늘 1위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주말4연전 이후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그야말로 비상한 상황이 발생한 것.
◆'구태정치'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을 손학규 후보는 '구태정치' 때문으로 규정한다.
즉 국민참여경선이 동원 경선이 됐고, 당권 흥정이 오간다는 것. 손 후보는 이런 구태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는데, 이래서는 경선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동원경선
예비경선에서부터 문제가 돼 왔다. 선거인단에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을 동원해 승리를 추구한다는 것. 이 때문에 개인정보 도용, 무차별 동원 등이 문제가 됐었다.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본 경선 투표 뚜껑을 열어본 결과 '동원'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 예컨대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에 몰표가 쏟아진 것이다.
'동원'으로 말하자면, 국민적 지지도는 높으나 당내 기반이 취약한 손학규 후보는 절대 불리하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면서 당내 탄탄한 조직력을 갖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절대 유리.
이 때문에 이해찬-손학규 양 진영에서 동원경선에 문제를 제기한 것.
△당권거래 의혹
정동영 후보가 김한길 의원에 당권을 밀약하고 그 대가로 지지를 약속받아 조직을 키웠다는 의혹. 물론 당사자는 펄쩍 뛴다.
손학규 후보 측에서는 동원경선, 당권거래 이외에도 금품선거 의혹까지도 제기한다.
'사퇴' 수순인가, '반격' 모색인가
◆후보 사퇴
'중대 결심'이란 후보 사퇴를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현재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이 없다면 경선 완주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손학규 후보로서는 당내에서 하나의 세력을 형성해서 후일을 도모할 만한 여유도 없고, 그럴 기반도 없다.
그렇다면 굳이 남아서 이른바 '불쏘시개'가 될 이유가 없다.
현재의 경선 국면을 '구태정치'로 규정한 이상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새 정치'를 내세운 한나라당 탈당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
◆반격 모색
지난 주말 4연전은 전체 선거인단의 10%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역전의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선거인단이 가장 많으면서도 손학규 후보 지지세가 강한 수도권이 있고, '동원' 가능성이 가장 적은 '모바일' 투표와 여론조사에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손학규 후보가 다른 범여권 후보와 차별되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 전력으로 정통성에 공격을 받고 있으며, 자신만의 강점을 부각시키지 못해왔기 때문에 지금 와서 뚜렷하게 내놓을 반격 카드가 마땅치 않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