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양난'(兩難)에 빠졌다.
이회창 전총재의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고, 당의 또다른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끌어안기도 벽에 부닥쳤다.
50%대의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이른바 'BBK주가조작사건' 의혹만 넘어서면 대권고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최대 난제는 내부에서 터진 것이다.
이박제이(以朴制李)
박(朴)으로 이(李)를 제어한다, 즉 박근혜 전대표를 포용함으로써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막고 한나라당의 전열을 단일 대오로 끌고간다는 것.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박근혜 전대표가 경선에 패배하기는 했지만, 당내의 한 축을 형성하는 세력이므로, 즉 당내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즉 이회창 전총재가 출마하는 경우, 당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박근혜 측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므로 박근혜 전대표가 이명박 후보와 합심해서 탄탄한 대오를 구축하면 이회창 전총재는 출마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명박 캠프가 박근혜 포용에 공을 들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박근혜 전대표는 어디로?
아직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않다.
다만, 이명박 캠프 측을 극도로 압박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근혜 측에 '오만했음'에 대해 사과했지만 박근혜 대표는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근혜 측에서 요구하는 것은 물러나라는 것. 물론 이재오 최고도 쉽게 물러설 수 없다.
이처럼 당내에서도 격력하게 부딪치는 것은 결국 당내 지분 다툼이라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캠프로서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졌지만 이대로 밀리면 2008년 총선 후보 공천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측이 이명박 후보에게서 등을 돌리기도 쉽지만은 않다. 이회창 전총재를 지원했다가 선거에서 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야말로 모든 것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총재가 대통령선거에서 지고도 세력을 유지해 총선에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상황.
그러므로 박근혜 측은 이재오 최고위원 사퇴와 대선 협력 카드를 쥐고 면밀하게 살피고 있는 것이다. 이 최고가 사퇴하고, 당내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원해 당선시키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
이회창 전총재와 연대해 이명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기는 부담이 많다. 그러나 당내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 남겨둔다.
이회창 재출마
거의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출마 선언도 하지않은 상태에서 이회창 전총재 지지율은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25%를 넘어가기도 한다. 이명박 후보를 제외하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출마하지 않기에는 너무나 큰 유혹이다.
이명박 캠프의 양난
현재로서는 양난 극복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양난은 서로 얽혀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포용에서도, 이회창 불출마 설득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둘 다 놓치면 이명박 후보는 완전히 혼자의 힘으로 선거를 치르고 이겨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하나만 성공하는 경우도 상정해볼 수 있다.
이회창 출마와 박근혜 포용, 아니면 박근혜 포용 실패와 이회창 불출마.
그러나 후자는 현실적으로 나오기 어려운 조합이다.
그렇다면, 이회창 출마가 기정사실이라면 박근혜 포용에라도 전력투구할 필요가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 등 이른바 '제살 깎기'를 감수하고서라도 잡을 만한 가치가 있고, 그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책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의 선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