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 3인이 특별검사법안을 발의키로 합의하고, 청와대 측에서도 조건부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은 대규모 사회적 이슈는 물론 대통령 선거 정국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특별검사
특검, 즉 특별검사는 검찰 등 제도권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될 때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특정 사건만 수사하는 한시적 기관으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운영한다.
삼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검찰, 재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주요 시민단체 등의 사회 지도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 및 관리'를 해 왔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의 경우, 검찰 관계자들이 수사 대상이될 수 있으므로 논리적으로도 특검 대상이 될 수 있다.
특검법안 발의 합의와 정치권 동향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등 3당 대통령 후보는 13일 전격 회동을 갖고 특검법안 발의에 합의했다.
이들 3당 의석을 합치면 1백50석으로 국회 과반수가 되므로 산술적으로는 법안 통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민주당도 3당 공조에 가세하는 모양세를 보이고 있고, 한나라당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 축하금 등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등의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인다.
청와대 측도 검찰 수사에 공정성이 의심된다면 특검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
전체적으로 특검에 큰 걸림돌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특검법안 발의 합의 배경
물론 각 정파의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신경전은 계속될 것이다.
◆부패-반(反)부패 구도 만들기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3당이 공조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대통령선거 구도를 부패-반(反)부패 구도로 만들겠다는 포석.
이를 위해 3당이 반부패연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가세하면 단단한 고리가 형성된다.
△이명박 후보의 독주를 깨라
이런 움직임은 요지부동 흔들리지 않는 이명박 후보의 독주 구도를 깰 수 있는 방법을 아직 못찾았기 때문.
이명박 후보의 BBK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매개로 국정감사 기간 내내 '융단폭격'이라 할 정도로 맹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부패-반(反)부패 구도가 되면 이명박 후보를 부패의 카테고리로 몰아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인 셈이다.
△한나라당의 '원죄'를 다시 끄집어 내라
2002년 불법 대선 자금과 관련해 범여권은 한나라당에 거액의 모금으로, 차에 실린 현금 뭉치를 받았다고 해서 '차떼기'란 딱지를 붙였다.
대선구도가 부패-반부패로 가면 이 '차떼기'란 딱지를 다시 꺼내 계속 써먹을 수 있다.
당시 불법선거자금의 최고 책임자는 바로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이므로,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한꺼번에 공격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조건부' 찬성
한나라당은 검찰의 공정한 수사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맞다면서도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재벌 비리를 옹호한다는 인상을 피하고 범여권의 부패-반부패 구도 만들기를 막으려는 전략이다.
△노 대통령 당선축하금으로 물타기
'차떼기' 딱지를 다시 꺼내들려는 범여권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 당선 축하금으로 물타기를 시도한다.
당시 노 대톨령은 자신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이 한나라당의 1/10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했다. 그러나 수사결과 1/10이 넘었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른바 '당선 축하금'이 큰 몫을 차지한다.
전망
특검법안이 순조롭게 처리될지, 그리고 범여권의 공조가 선거공조 또는 후보 단일화로 이어질지가 관심거리.
◆특검법안 처리 전망
정치권이 전체적으로 찬성론 쪽으로 기울고 있어 무난해 보인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
△회기
국회 회기가 23일 끝난다. 처리에 물리적인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어떤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계속되면 회기를 넘길 수도 있다.
△조건부
한나라당의 노 대톨령 당선축하금 포함 주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범여권은 검찰 수사가 이미 있었으므로 재수사는 필요없다는 주장이고, 한나라당은 비자금 특검이라면 모든 부분을 다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
◆선거공조, 단일화 시동?
일단 출발은 괜찮다. 그러나 이번 회동 만으로 후보 단일화에 시동을 걸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논의된 것이 특검법안 발의 자체에 한정됐고, 반부패 연대 등까지는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만남이 있었고, 특검법안 발의라는 공조의 고리가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발전할지는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