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가 직접선거로 치러진 11차례의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동안 최저 투표율이었던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의 70.8% 기록을 갈아치운 것.
계속 낮아지는 투표율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투표율은 꾸준히 하락해왔다.
1987년 89.2%, 1992년 81.9%, 1997년 80.7%를 기록해 80%대를 유지했으나 2002년에는 70.8%로 거의 10% 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번에는 70%선 마저 무너진 것.
투표율 왜 떨어졌나?
이명박 대세론과 네거티브 등 크게 두 가지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대세론
선거란 원래 박빙의 승부가 펼쳐져야 흥미도 끌고, 투표율도 높아진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경우,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1위 고공행진이 1년 이상 이어져 왔다.
게다가 통합을 모색하는 범여권이 지리멸렬하는 동안, 이명박 후보는 경제 이슈도 선점해 버렸다.
이명박 대세론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이 새로운 이슈를 가지고 단일 대오를 이뤄이를 효과적으로 깨부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지지율 1,2위의 격차가 너무 벌어졌고, 이것이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네거티브
이번 선거전은 "왜 내가 돼야 하는가"를 설득하기보다는 "왜 상대방이 돼서는 안되는가"를 목청껏 외치는 네거티브 선거전이었다.
범여권으로서는 대세론을 깨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돼 있다보니 네거티브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마침 BBK 주가조작사건에서 여러가지 의혹이 나왔고, 따라서 이것이 잘 하면 '한 방'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이란 대형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범여권은 여기에 '화력'을 집중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과 '난타전' 때문에 정책과 비전은 실종되고, 유권자들은 염증을 내기 시작했다.
막판 이른바 BBK 동영상이 터져나오면서 유권자들의 환멸은 극에 달해, 투표일이 가까워오면 부동층이 줄어드는 일반적인 현상과는 달리 부동층이 늘어나는 결과가 됐다.
즉 실망한 유권자들이 지지자를 바꾸기보다는 투표를 포기해 버린 것.
이것이 투표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경고
이처럼 저조한 투표율을 정치권은 국민의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표심'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전인수격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정치를 펼쳐보여야 한다.
그것이 저조한 투표율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