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은 '진실'을 추구한다는 명분이 사실이긴 하지만 '사실의 전부'는 아니다. 정치, 특히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
그러므로 관심의 초점은 특검 수사 결과와 그 결과가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
특검의 정략적 성격
1차적으로는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것.
유력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성격이다.
검찰 수사결과가 '무혐의'로 나오자 검찰 탄핵안과 특검법안을 내놓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결과적으로 표심에는 영향을 미치는데 한계를 노출했고, 특검법을 발의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패배했다.
다음 겨냥한 것은 총선.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의혹의 불씨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 목표는 물론 2008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이다.
현재 범여권의 중심인 대통합민주신당은 6개 정파의 일종의 이합집산이다.
현 정부의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대통령선거에서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 당을 해체하고 더 큰 세력을 결집하려다가 진통을 겪은 끝에 선거를 앞두고 부랴부랴 만들어낸 선거용 정당이란 말이다.
그런데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는 구심점이 없어졌다는 뜻.
그러므로 대통합민주신당으로서는 존립이 불투명한 상황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첫 과제는 당을 유지하면서 총선에 임하는 것이다.
이것도 어렵지만 총선에서 승리하기란 더 어렵다.
만약 패배라도 한다면, 대통합민주신당은 궤멸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이명박 특검'으로 반전을 노리는 것이다.
특검과 정치적 운명
특검에 대해서는 현재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는 상태.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나온다면 특검은 무산될 수 있다.
이 경우는 제외하고,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다고 가정하고 그 후의 상황을 예측한다면, 검찰 수사결과가 그대로 굳어지거나 뒤집어지는 두 가지 경우로 봐야 한다.
◆검찰 수사결과를 뒤집지 못한 경우
범여권은 엄청난 역풍에 휘말릴 것이다.
물론 의혹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검찰 수사, 특검 수사가 같은 결론이라면 더이상 할 말은 없다.
그러므로 특검은 범여권, 대통합민주신당에게도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물론 국민의 견제심리가 작동하기를 기대해 보겠지만, 선거전은 그야말로 악전고투가 될 것이다.
만약 선거에서 참패한다면 최악의 경우 당의 공중분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지방-의회 권력을 모두 빼앗기게 되고,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서 새로운 모색에 나서야 한다.
이른바 '진보 세력'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
물론 그 이전에, 즉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에 분열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
◆검찰 수사결과가 뒤집힐 경우
국난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혐의가 입증돼 기소된다면, 취임해 대통령직에 머물러 있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정치력은 현저히 훼손된다.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는 물건너간다.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대통령선거를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제3의 경우
상정할 수 있다.
완전히 혐의를 입증하지도 못했지만, 무혐의라고 할만큼 깨끗하지도 않은 상태.
난타전만 이어지는 소모전이 지루하게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특검 이상의 어떤 다른 방안은, 현재로선 없는 만큼, 대통합민주신당 측이 불리한 국면이다.
정치적 공방으로 끌고 나갈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네거티브 선거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패배한 만큼, 총선에까지 같은 전략으로 임하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