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국이 부토 암살(2007.12.27)로 요동치고 있다.
파키스탄의 최근 정국
무샤라프 대통령이 정권 연장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에서 비롯됐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0월6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97%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군 참모총장 직을 가진채 선거를 치른 것이 자격논쟁을 불러왔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불리하게 날 것으로 보이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다음 대법원장 등을 해임해버렸다.
대법원을 다시 구성해 후보 자격 소송을 모두 기각시킴으로써 대통령 임기 5년에 대한 법적인 뒷받침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정치적 정지작업.
바로 여기에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등장한다.
부패혐의로 해외 망명중인 부토 전총리를 귀국시켜, 그녀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참여하에 총선을 치르고, PPP가 승리할 경우 권력을 분점하겠다는 시나리오다.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의 정치적 스탠스
총선 참여 - 권력 분점이란 무샤라프의 시나리오를 활용한다는 계획.
물론 무샤라프 대통령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총리직을 맡음으로써 절반의 '정권교체' 효과를 누릴 수 잇다.
무샤라프 대통령 측으로서는 야당이 총선에 참가함으로써 민주주의 정치의 모양새를 갖추고, 권력을 분점함으로써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
야당들은 총선 보이콧을 주장했지만, 베나지르 부토는 총선 참여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과거 정적이었던 나와즈 샤리프 전총리와 연합건선을 구축했다.
결국 파키스탄 정국은 무샤라프가 이끄는 범여권, 베나지르 부토의 PPP와 나와즈 샤리프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등 총선에 참여하겠다는 야권, 그리고 총선을 거부하는 군소 야당들의 연합 등 3대 세력으로 대치전선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베나지르 부토는 파키스탄의 민주주의나 미래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총리직 복귀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난도 받았다.
부토 암살의 정치적 의미
첫째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시나리오가 빗나가게 됐다는 점이다.
비상사태, 무샤라프 대통령의 군 참모총장직 사임, 부토와 샤리프의 총선 참여 등으로 최근 격렬했던 파키스탄 정국이 그나마 가닥을 잡아가던 상황에서 벌어진 암살사건은 정국을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둘째는 알 카에다, 탈레반 등 국제 테러조직의 움직임이다.
베나지르 부토는 총리 재직시 탈레반을 지원해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샤라프 대통령과 정치적 흥정을 함으로써 테러의 표적이 됐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협력함으로써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주적(主敵)'으로 지목된 인물. 그러므로 무샤라프와 협력하는 사람도 그들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부토를 겨냥한 테러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지난 10월12일 아프간 국경지대의 탈레반 사령관인 바이툴라 메수드가 귀국길에 오르는 부토를 자살폭탄 테러로 환영하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고, 실제로 부토 귀국 당일 축하 행렬을 겨냥한 폭탄테러가 발생해 부토 본인은 가까스로 화를 면했지만 부토 지지자 등 140여 명이 사망했다.
파키스탄 정국은 어디로?
극도의 치안 혼란이 예상된다.
여기에 무샤라프 대통령의 '시나리오'가 차질을 빚음으로써 1월8일로 예정된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정국 혼란, 치안부재 등의 이유를 들어 다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될 수도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정국구상이 근본적으로 틀어진다는 이야기다.
파키스탄의 혼란은 '테러와의 전쟁'에도 차질을 가져온다.
무샤라프의 정치적 난관은 미국과의 공조를 어렵게 할 것이고, 미국 역시 국제사회의 비난과 파키스탄 야당의 저항을 언제까지나 무시하고 무샤라프를 지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이며,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정세를 불안하게 하고, 이는 곧 중동지역 정세와 연계된다.
한 마디로 세계가 불안해지고, 이것은 곧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이는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인근 국가로 파급효과가 미치게 되면 그 파장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