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북한 비핵화 2단계를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 비핵화 2단계 조치 이행시한을 재설정한 셈이 됐다.(2008.1.10)
배경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로 대표되는 대북한 '협상파'는 10.3합의, 즉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 이행 시한(2007.12.31)이 넘어감에 따라 강경파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
강경파의 주장은 "북한 핵 폐기는 커녕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것.
그렇지 않더라도 이행시한을 넘긴 상황에서 무한정 기다릴 수만도 없는 일.
그러므로 북한 핵 문제 관련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로서도 새로운 시한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던 것.
즉 미국의 인내가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다.
'한국 차기 정부 들어서기 전'이란 시한의 의미
대략 북한의 폐연료봉 처리에 걸리는 시한을 상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2단계 이행조치 두 가지 중 불능화는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져왔고, 핵 프로그램 신고는 난항을 겪고 있다.
불능화의 11개 조치 중 폐연료봉 처리는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작업이고, 북한은 11월 불능화 착수 당시 폐연료봉 처리는 100일 정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략 2월 말경 마무리될 것이란 이야기다.
그 시점은 한국의 새정부 출범, 즉 새 대통령 취임식과 대체로 맞아 떨어진다.
그렇다면 어차피 불능화 마무리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핵 프로그램 신고도 그때까지 마무리하면 비핵화 불씨를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즉 미국으로서는 어차피 시한은 넘긴 것이고, 또 2월말까지는 불능화 작업도 계속돼야 하므로 그때까지 제대로 된 핵 프로그램 신고를 받겠다는 희망의 표현이다.
북핵 문제 다시 기로에 서나?
정치 상황도 복잡하다.
2월말은 한국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정치적 상황을 활용할 생각을 함직하다.
핵 프로그램 신고를 지렛대로 뭔가 더 유리한 국면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핵 프로그램 신고를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시한 재설정'은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한 경고 또는 압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2월말이 또 하나의 고비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