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에서 전격 회동했고(2008.2.19), 이어 에너지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중 3자협의가 개최돼(2008.2.21 ~22 베이징)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힐-김계관 회동
19일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회동의 주의제는 최대현안인 핵 프로그램 신고와 6자회담 재개 방안.
◆회동 성과에 대한 힐 차관보 발언
△ "김계관 부상과 좋은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
△"북핵 불능화 2단계를 빨리 끝내고 3단계 핵폐기로 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2단계를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북한이 제출해야 하는 핵 프로그램 신고 목록에 포함돼야 하는 요소를 제시했으며 북한측도 그것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핵 신고 목록의 모든 요소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시리아 핵기술 이전문제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모든 것을 논의했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됐나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은 비밀 양자회동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온 전례가 있다.
회동의 성격상 구체적인 내용이 즉각 알려지지는 않겠지만, 현대의 교착국면이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종의 성과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는 시각이 많다.
△외교가의 평가
"결과를 두고봐야겠지만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방북 등 북.미가 그동안 활발하게 신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온 만큼 이번 수석대표 회동을 통해 북핵 외교가가 다시 활기를 찾고 바쁘게 움직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설사 핵신고에 있어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북.미 간 사실상 최고위급 상시 채널이 다시 가동된다는 것만으로도 6자회담 진전을 위한 북미 양측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모멘텀을 이어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에너지 지원 남·북·중 협의
이런 가운데 21, 22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3차 남·북·중 3자 협의가 열린다.
목적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 이행의 대가로 한·미·중·러 4개국이 제공하기로 한 중유 45만t과 중유 50만t 상당의 에너지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
이번 협의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1차로 맡기로 한 중유 50만t 상당의 발전소 설비 및 자재 지원문제가 주의제다.
지금까지 중유는 20만t이 지원됐으나 설비·자재지원은 한국이 지난해 12월 철강재 5천17톤을 지원한데 이어 22일부터 2차로 철강류 5개 품목 2천830톤(22억원 상당)을 보낼 계획인 것이 전부다.
다시 활성화되는 북핵외교
외교소식통들은 "북측이 11개의 불능화조치 중 8개를 마무리한 것과 비교하면 경제.에너지 지원의 속도가 늦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힐-김계관 회동에 이어, 에너지 지원 협의가 열리는 것은 북핵외교 재활성화의 신호탄이라 해도 될 만하다.
외교적 움직임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모종의 돌파구가 뚫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