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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2018-07-31

ⓒ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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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븟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은 1907년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서 태어났는데요.

  

작가의 고향인 봉평에서 대화까지,

칠 십리길에 대한 이 묘사는 한국 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표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인터뷰 : 문학평론가 전소영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학사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을 쓰는 작가로 이효석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세련된 언어, 풍부한 어휘, 유려한 문장 때문에 소설의 예술성을 한 단계 높인 그런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있으면, 아름다운 달빛, 그리고 아련한 메밀꽃 밭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오감을 자극하는 작가의 표현력 덕분인데요. 이 소설이 발표되었던 1930년대 중반은 일제 강점으로 인해 아름다운 것을 보고 또 말할 수 없는 그런 시대였죠. 이효석은 그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것들을 더듬어 찾고 더 아름답게 말하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던 작가입니다. 그래서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당시의 독자들에게 자연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전해주는 소설이 바로 메밀꽃 필 무렵입니다.




작가 이효석 (1907.2.23.~1942.5.25. 강원도 평창 출생 )

 : 1928. <도시와 유령> 발표로 정식 문학 활동 시작.

 1936. 단편 < 메밀꽃 필 무렵 > 발표  

 대표 단편집 : < 노령근해 > <해바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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