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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내용 중 일부 -
이인국 박사의 병원은 두 가지의 전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병원 안이 먼지 하나도 없이 정결하다는 것과
치료비가 여느 병원의 갑절이나 비싸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그의 고객은 왜정시대는 주로 일본인이었고
현재는 권력층이 아니면 재벌의 셈속에 드는 축들이어야만 했다.
<꺼삐딴 리>의 주인공은 이인국이라는 외과의사입니다.
1.4후퇴 때 청진기가 든 손가방 하나 들고 월남했지만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개인병원을 한 데 집결시켜
종합병원을 만들고 원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인데요,
‘꺼삐딴’은 영어의 캡틴(captain)에 해당하는 러시아어인데,
작가 전광용은 ‘꺼삐딴 리’라는 제목을 통해
주인공 이인국박사가 출세와 영달에 눈먼 기회자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지도층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문학평론가 전소영
이인국을 꺼삐딴 리라고 부르는 이 제목에는 조선인으로서의 자기 주체성을 스스로 버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친일파, 친소파, 그리고 친미자로로 변신해 나가는 이인국 박사를 풍자하려는 의도가 들어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어지러운 역사 안에는, 부정적인 현실에 어떻게든 대응을 하고, 저항을 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또 그 현실에 안주하고 타협하면서, 자기 욕심만을 채우려했던 이기적인 부류도 존재했다는 것을요.
'흥,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
혁명이 일겠으면 일고,
나라가 바뀌겠으면 바뀌고,
아직 이 이인국이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
나보다 얼마든지 날뛰던 놈들도 있는데,
나 쯤이야....'
작가 전관용 (1919.3.1.함경남도 북청 ~1988.6.21.)
: 1955.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1962. “꺼삐딴 리” 사상계 발표
제7회 동인문학상 “꺼삐딴 리”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