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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견습 - 김주영

2019-02-05

ⓒ Getty Images Bank

<도둑견습>은 1975년에 발표된 작품인데요,

김주영작가는 도시의 쓰레기가 모이는 ‘페품 집적소’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밑바닥 인생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의붓아버지는 물론, 사이다병이나 콜라병을 받고

엿이나 돈으로 바꿔주기도 하였지만,

그것보다는 걸핏하면 리어카 옆에 나를 세워둔 채,

대문이 열린 집이면 무턱대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집 수돗가에 있는 대야나 양은 그릇들을

몽땅 훔쳐들고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나는 밖에 세워둔 리어커를 붙잡고 섰다가 

남자가 나타나면 “사이다병 삽니다아”,

여자가 나타나면 ‘헌 대야 삽니다아’하고 소리쳐주면

의붓아버지가 속 차리고 부리나케 밖으로 쫒아나오곤 하지요.

장사라도 더럽게 똥줄 빠지는 장사지요.



#인터뷰  :   문학평론가 전소영

도둑견습은 어린 소년의 눈으로 본 시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보통은 소년의 순진한 눈을 빌려서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의붓아버지로부터 도둑질과 협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고 때론 더 대담하게 일을 저지르기도 하는데요. 어른들이란 틀은 커도 건드리면 움츠리는 족제비처럼 운명적으로 허약하다고 평가하는 소년, 거친 생활속에서 조숙해져 버린 애어른입니다.



이제 한 쪽 바퀴가 완전히 떨어져나가고,

차체가 뻐거덕 소리를 내며 기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세 식구가 기거할 집이 헐리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머니를 음흉한 최가 놈에게 넘여주지 않았던 아버지가

아무래도 거인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두었다는 사실에 감동하였고, 또한 자랑스러웠지요.

그 때 주머니에 쑤셔넣었던 쇠꼬챙이를 꺼내서 

저 쪽 하늘 멀리 멀리로 던져버렸습니다.

“야 이 새캬, 이리 나오라구, 썅! ” 

나는 이렇게 소리지르며 최가 놈을 향해

사냥개처럼 달려나갔습니다.




작가 김주영 (1939.1.26. 경상북고 청송 )

: 1971. 소설 <휴면기>로 데뷔

2013. 제4회 김만중문학상 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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