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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를 최종 의결함에 따라 국내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게임업계와 학부모단체, 의료계 등은 물론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도 찬반으로 입장이 갈렸고, 게임 관련 단체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게임중독은 질병”
‘게임이용장애’, 즉 게임중독에는 ‘6C51’이란 질병 코드가 부여됐으며,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하위 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판단 기준은 △게임 통제 능력을 잃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하는 게 12개월 이상 지속하는 것 등이다.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한 ICD-11은 원칙적으로 194개 WHO 회원국에서 2022년부터 적용된다. 모든 회원국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국내 적용은 2026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과학적 조사와 전문가 자문, 연구용역을 거쳐,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 질병과 사망원인)에 포함되는 국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KCD는 5년마다 개정되며, 2025년이 개정주기에 해당하므로 결국 2026년부터 질병으로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의학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해 의학적, 공중보건학적으로 게임중독 개념을 정립하고 실태조사를 거쳐 유병률 등을 살펴보고, 구체적 진단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반발과 논란
‘게임중독’에 질병코드 부여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 게임산업협회․단체 9곳은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WHO가 학계의 동의 없이 결론에 도달한 것에 우려하고 있다”며 질병코드 부여를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 56개 게임 관련 협회와 단체, 33개 대학 관련학과 등은 29일 게임장애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게임은 소중한 문화이며 4차 산업혁명을 여는 창임에도 현대판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회적인 합의 없이 KCD 개정·도입을 강행할 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학부모단체 의료계 등에서는 찬성, 나아가서는 환영하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과 의료계에서는 게임중독은 이미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현상으로 이번 기회에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관련 부처마다 입장이 엇갈렸다. 보건복지부는 실태조사 진단기준 마련 등 법제화를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섰다. 반면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중독 질병분류에 반대한다면서 WHO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나서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고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합의를 도출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부여는 게임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미 게임 관련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게임산업 침체와 이로 인한 업계 피해와 일자리 감소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근 관련 연구는 의하면 게임중독 질병코드 부여는 2023년 379억 원, 2024년 1조7천억 원, 2025년 3조3천억 원 이상의 시장 규모 축소를 초래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게임업계의 손실도 수조 원대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