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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잠을 자는 이유

2015-07-03

잠을 자는 이유
아내에게 얼마 전에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 글자 단어가 뭐야?”하고 말이다. 내가 기대한 답은 ‘너’였다. 자긴 남편이 제일 좋아라는 뜻으로 너라고 해주길 기대했는데, 아내의 답은 ‘잠’이었다. 그때의 실망감이란 말도 못한다. 나는 잠이 싫다.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안 잔다. 그런데 요즘은 점심 먹고 난 후에는 정말 기절한 것처럼 30-40분 잠에 빠져든다. 요즘 이래저래 바쁜 일이 많아서 잠이라도 줄여야 할 판인데 오히려 잠이 더 늘어서 걱정이다. 그래서 오늘은 웬수같은 잠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동물들의 잠
하루살이라는 벌레가 있다. 하루살이에겐 입이 없다. 수컷은 열다섯 시간 정도, 암컷은 길어야 2-3일 정도 사는 하루살이의 최대 사명은 얼른 짝을 찾아서 번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먹을 시간마저 아끼느라고 아예 입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먹는 시간마저 아끼는 하루살이도 잠을 잔다. 사람뿐만 아니라 각종 포유류, 새, 양서류, 초파리 등 모든 동물은 잠을 잔다. 따라서 바닷속 고래도 잠을 잔다. 왠지 고래는 아가미가 없는 포유동물이어서, 계속 물위로 올라와서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고래가 잠에 빠지면 숨을 못 쉬고 물에 빠져 죽을 것 같다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분명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동해안을 주유하던 밍크고래 500마리가 깊은 잠에 빠져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란 뉴스를 들어본 적이 없는 걸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고래는 잠을 어떻게 잘까? 과학자들도 이와 같은 궁금증이 생겼다. 궁금하면 관찰하고 실험해서 밝혀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과학자다. 과학자들이 고래 한 마리를 끝까지 쫓아다니면서 뇌파를 검사했다. 동물의 뇌에서는 전파신호가 나오는데 그걸 뇌파라고 한다. 낮에는 왼쪽과 오른쪽 뇌가 모두 활발히 작동하면서 먹이활동을 했다. 밤이 되어 캄캄해지면 먹이활동 못한다. 안 보이는데 뭘 잡아먹겠어요? 밤이 되니까 고래도 잠을 잤다. 그런데 한쪽 뇌만 잠을 잔다. 왼쪽 뇌가 잠을 자는 동안 오른쪽 뇌는 깨어서 물위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숨을 쉬었다. 다음에는 오른쪽 뇌가 교대로 잠을 잔다. 이땐 왼쪽 뇌가 깨어서 숨을 쉰다. 덕분에 바다에 사는 젖먹이동물인 고래도 잠을 자면서 물에 빠져죽지 않는 거다.

동물들이 잠을 자는 이유

우리가 숨을 쉬고 음식을 먹는 이유는 분명하다. 음식을 먹어야 양분을 섭취할 수 있고, 숨을 쉬어야 그 양분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을 자는 이유에 대해서는 과학자들도 아직 명확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 물론 잠을 자지 않으면 피곤하고 정신집중을 하지 못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잠을 자는 까닭이 피곤을 몰아내고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서다라고까지는 아직 말하고 있지 못한다. 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는 21세기에 풀어내야 할 숙제다.

잠과 기억력
잠과 기억력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이미 2007년에 이루어졌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자들이 18세에서 30세 사이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대상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전날 밤에 한 그룹은 평상시처럼 잠을 자게 했고, 다른 그룹은 전혀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대상자들에게 사람, 물체, 풍경이 담긴 사진 150장를 실내와 실외 사진으로 분류하게 했다. 이들 실험대상자들을 다시 이틀 동안 푹 쉬게 한 다음에 다시 불러서 150장의 사진을 또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절반은 원래 있던 사진이고 절반은 새로운 사진이었다. 처음 사진을 보기 전에 제대로 잤던 사람들은 새로운 사진 가운데 단 14퍼센트를 골라내지 못했지만처음 사진을 볼 때 잠을 못잔 사람들은 26퍼센트를 가려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잠을 자는 이유가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서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수십만 년 전에 살던 사람들이 하룻밤에 수백 장의 사진을 기억할 만큼의 기억력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뇌는 신경세포가 연결되어 있는 거다. 그 연결점을 시냅스라고 한다. 현대 과학자들은 시냅스의 활동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잠을 잔다고 말한다.그러니까 뇌가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잠을 잔다는 것이다. 잠을 자야 시냅스가 휴식을 취하고 평생동안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걸 말한다. 아기들 같으면 하루에 스무 시간도 자는데, 그래야 뇌가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관이다. 잠을 자야 덜 먹어도 된다. 잠을 자지 않아서 생기는 이득보다는 잠을 자서 생기는 이득이 훨씬 크다. 그럼, 사람이 잠을 얼마나 안 자고 견딜 수 있을까요? 사람은 열하루까지 자지 않고 견딘 기록이 있다. 토니 라이트라는 42살의 영국인이 2008년에 세운 기록이다. 그는 차를 마시고 수영을 하고 일기를 쓰면서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하루만 밤을 새도 다음날 낮에 밀려오는 잠과 싸워야 한다.

잠과 식욕 사이의 관계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잠을 충분히 자는 게 살을 빼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사람은 잠이 부족할수록, 그리고 피곤할수록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더 먹고 싶어 한다. 따라서 잠을 충분히 자야 식욕 조절이 잘 된다는 것이다. 잠과 식욕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는 실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미국 하버드 대학교 윌리엄 킬고어 연구팀은 기억력과 관련된 실험을 하겠다면서 실험참가자들을 모았다. 19세에서 45세의 성인들을 불러 모아 놓고서 3,4초마다 케이크, 햄버그, 감자튀김 같은 고칼로리 음식 사진과 과일이나 채소 같은 저칼로리 음식 사진을 보여주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기억력 테스트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기억을 해냈다. 그런데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고 피곤한 사람일수록 감자튀김이나 햄버거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더 많이 기억했고, 잠을 충분히 잔 사람은 과일이나 채소 사진을 더 잘 기억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더 기억하는 법이다. 연구진은 졸립고 피곤할수록 절제하는 명령을 내리는 뇌의 영역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적정 수면시간
어르신들은 새벽에 일어난다. 특별히 부지런해서가 아니다 새벽잠이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아서 새벽에 깨게 된다. 나도 50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새벽잠이 없어서 새벽에 일어난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호르몬 때문에 아침잠이 많다. 아이들은 충분히 자게 해 주어야 한다. 키도 잘 때만 큰다. 경기도는 학교를 아홉시까지만 가면 된다. 내 딸이 중학교 2학년인데 이젠 아침에 잠을 안 깨워도 된다. 알아서 일어나고, 같이 밥먹고, 신문까지 보고서 학교에 간다. 집에 아침에 이런 평화로운 풍경이 일상이 될지는 몰랐다. 아이들에게 아침잠을 충분히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애들은 재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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