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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자동판매기의 원리

2015-07-31

자동판매기의 원리
일본에 가서 희한한 것을 봤다. 출장 가서 몸은 피곤하고 맥주 한 잔 했으면 좋겠는데, 일본 말은 못해서 답답한 차에 맥주 자판기를 본 것이다. 돈을 넣으니 플라스틱 잔에 거품이 적당히 올려진 맥주가 담겨져 나왔다. 다음 날에도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고 이번에는 큰 지폐를 넣었다. 그런데 돈만 먹고 맥주와 잔돈이 안 나오는 거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고, 자판기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무조건 한국말로 항의를 했더니, 30분쯤 있다가 사람이 와서 돈을 돌려주더라. 오늘은 자판기 얘기를 해보자.

자동판매기의 유래
믿기 어렵겠지만 자동판매기의 역사는 2천 년도 넘었다. 기원전 215년에 그러니까 지금부터 2,030년 전에 이미 이집트 성전 자판기가 있었다. 돈을 넣으면 밸브가 열리면서 물이 흐르게 되어 있는 구조였는데, 흘러나오는 물이 종교적인 성수라고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판기는 1931년에 영국에서 발명되었다. 처음에는 엽서 자동판매기였는데 곧 담배, 껌, 사탕, 책, 과자까지 판매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판매기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판매기에서 판매한 제품은 꼭 필요하지만 가게 점원에게 달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물건이었다. 지금이라면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었는데 1975년만 해도 그랬다. 주인공은 바로 콘돔. 1975년이면 우리나라가 한창 가족 계획에 열을 올릴 때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할 때인데 그러려면 피임을 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피임법은 콘돔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만해도 약국에 가서 약사선생님에게 “콘돔 하나 주세요.”하기가 너무 부끄러워서 안 팔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한가족협회가 미국에서 콘돔자판기를 수입해다가 설치했다.

자동판매기의 원리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으면 순서대로 작동한다. 먼저 컵이 나오고, 그 다음에 물과 커피가 나오면서 섞이고 어떻게 이렇게 알아서 탁탁 해줄까? 컴퓨터에 들어있는 보드와 컨트롤 보드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기술이다. 먼저 제품 선택 버튼을 누르면 자판기는 컵을 하나 떨어뜨린다. 이때 컵이 아래에 딱 거리면, 컵이 걸렸는지 감지하는 센서에 신호가 간다. 그러면 온수 밸브가 열리면서 뜨거운 물이 나온다. 동시에 재료 모터에서는 커피와 설탕 프림이 원하는대로 섞이고 컵으로 흘러내린다. 이때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컵이 없거나, 컵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거나, 물이 충분히 뜨겁지 않거나, 재료가 모자라면 버튼이 눌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가끔 컵없이 물만 쏟아지는 경우도 있고, 컵과 물은 제대로 나오는데 정작 커피는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럴땐 잘 안 된거다. 사람도 엉뚱하게 잘못 행동할 때가 있는데, 기계라고 항상 제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걸 생각하면 나중에 로봇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한다. 로봇도 원래 명령대로 작동하지 않고 엉뚱한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동전을 구분하는 자동판매기
옛날에 기계식 자판기가 있을 때는 동전 가운데 구멍을 내서 실을 꿴 후 자판기에 넣었다가 물건을 빼고 동전은 실을 잡아당겨서 다시 뽑아내는 나쁜 짓을 한 친구를 여럿 알고 있다. 예전에는 크기와 무게만 대충 맞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전자식 자판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자식 자판기는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을 정확히 구분한다. 동전을 구분하는 전자식 센서가 있는데, 이 센서는 동전의 재질을 알고 있다. 그래서 동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또한 얼마짜리인지 정확히 인식한다. 센서에는 자석이 설치되어 있는데, 동전은 액수에 따라 구리, 아연, 니켈이 각각 다른 비율로 들어 있어서.. 동전이 지나갈 때 발생한 전류의 양이 다르다. 따라서 다른 나라 동전 넣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면 한국은행에서 동전을 새롭게 만들어서 유통시키면, 자판기를 다 바꿔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발생하는 전류량을 새로 입력만 해주면 된다. 물론 기계는 그대로 쓸 수 있지만, 그 많은 자판기를 일일이 새로 설정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므로, 동전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현명한 일이 절대로 아니다.

잔돈도 거슬러주는 자동판매기
예전에는 자동판매기에서 동전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동전이 없으면 아주 불편했다. 자판기 소유자 입장에서도 구매자는 있는데 팔 수 없으니 답답했다. 답답한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가 해결해 준다. 지폐 선별기를 달아 놨다. 지폐가 들어오면 광 센서와 자기 센서를 이용해서 지폐 표면의 각종 데이터를 읽는다. 광 센서는 지폐의 두께와 색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양을 감지하고 숨겨진 그림이나 표식 같은 지폐 특징을 판단한다. 이때 훼손 되거나 구겨진 돈 그리고 위조지폐도 구분한다. 자기센서는 지폐 가장자리에 있는 자기 성분을 가려낸다. 지폐가 완전히 자판기 돈 통으로 들어오면, 간단한 계산기가 잔액을 동전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이 합쳐진 자동판매기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없는 최후의 경우, 도저히 자동판매기 밖에 없을 때만 사용했으면 좋겠다. 편의점 바깥에 있는 자판기 대신 편의점 안에 가서 사람에게 계산하자. 내가 자판기를 사용해도 다만 아주 짧은 시간만 절약될 뿐 값을 깎아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자판기를 사용할수록, ATM기를 사용할수록 일자리만 없어지는 것 같아서 자판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 아주 급하거나, 대안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사람에게 사자. 웃으면서, 인사도 하고, 그게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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