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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세종이 불교서적을 간행토록 한 이유

2013-10-12

지난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습니다.
23년 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날이어서
그 어느 해보다도 뜻 깊은 날이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이 날을 기해 불교계에서
‘석보체’라는 한글 서체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석보체란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뒤
한글 표기 시범사업으로 편찬한 책 [석보상절]의 서체를 토대로 개발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내용은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서사시로 읊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하던 조선시대에
세종이 불교서적을 간행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조선왕조는
숭유억불을 건국의 기초이념으로 삼아 탄생했습니다.
특히 조선 건국의 핵심 이데올로그였던 정도전은 [불씨잡변]이라는 저서를 통해
불교의 폐단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건국의 또 다른 주축이었던 이성계는
불교 비판에 대해 정도전과는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이성계 역시 고려 왕조에 대한 역성혁명을 합리화하기 위해 불교를 비판하는 입장에 섰지만,
그 자신이 고려 왕조 아래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종교로서의 불교를 쉽게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즉 고려 왕조의 주축을 이루고 있던 불교 세력에 대해서는 반대했지만,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녹아 있던
불교 의례와 풍습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성계는 개인적으로 무학대사를 스승으로 삼아
존경했고, 왕비가 죽었을 때는 그 위패를 모실 절을 짓기도 했던 것입니다.
이성계의 이러한 불교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는
세종에게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비가 오지 않거나 전염병이 돌 때 세종은
기꺼이 사찰을 찾아 불공을 드리곤 했습니다.
물론 유학자인 대신들 특히 국왕에 대한 발언권을 가진
사헌부와 사간원의 간관들은 세종에게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에 대한 세종의 대응은 이랬습니다.
“역대 군주들 가운데 불교를 숭배해서 오래 다스린 분도
있었고, 불교를 배척해서 짧게 다스린 분도 있었다.
신진 사류가 어찌 화복과 존망의 이치를 안다고 그러느냐.”
세종의 불교에 대한 이러한 온건한 태도는
그가 사랑하던 왕비 소헌왕후가 1446년에 자신에 앞서
세상을 뜨자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때마침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뒤
그것을 세상에 반포할 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세종은 소헌왕후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새로 만든 한글로 석가모니의 일생을 노래한
[석보상절]을 짓도록 한 것입니다.
세종의 이러한 행보는 유학자 대신들을
더욱 격분시켰습니다.
유학자들이 한글을 반대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중국 한자에 대한 사대주의에 있었지만, 한글로 불교서적을 간행한 것도
한글 반대에 한 몫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종은 유학자들이 아니라 일반 백성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쳤습니다. 일반 백성들이 늘 곁에 접하는 불교에 관한 책을 한글로 써서 보급함으로서
한글이 손쉽게 안착되도록 했던 것입니다.
세종은 유학자 대신들의 반대를 물리치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궁궐 안에 사찰을 짓겠다고 나섭니다.
바로 내불당 건축입니다. 내불당 건축 지시가 내리자
대간들은 물론 의정부와 육조 대신들까지 일제히
불가론을 들고 일어났습니다.
이에 대해 세종은 단식투쟁으로, 왕위를 내려놓겠다며
궁궐을 나가 사가에 머무는 강경책을 펴
결국 내불당을 세우고야 맙니다.
이 정도 되면 과연 조선 왕조가
억불정책을 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세종은 종교로서의 불교는 유교,
엄밀히 말하자면 유학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윤리에 관한 법규이고,
불교는 종교의 영역이라며
둘 다 인간사회에 필요한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불교가 사라지지 않고 크게 융성한 것은 조선 역대 왕들이 은연중에 불교를 보호해준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 토막상식, 아하 그렇구나!
한글날을 맞아 불교계에서 한글서체 석보체를 개발한 것을 계기로 세종의 불교에 대한 사랑을 되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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