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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이발사 - 나도향

#라디오 책방 l 2022-01-11

라디오 책방

ⓒ Getty Images Bank

손이 면도칼을 집는다.

손도 그렇게 어여쁜 줄은 몰랐다.

갓 잡아 놓은 백어가 입에다 칼을 물고 꼼지락거리는 듯이 

위태하고도 진기하다.


나는 그 칼을 든 어여쁜 손이 

이 뺨위에 오는 것을 보는 것보다

눈 딱 감고 있다가 갑자기 와 닿는 것이

얼마나 나에게 경이스러운 쾌감을 줄까 하고서 눈을 감았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나의 얼굴 위에는 감은 눈을 통하여

그 여자의 얼굴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인다.

뺨을 쓰다듬는다.

비단결 같은 손이 나의 얼굴을 시들도록 문지르고

잘라진 꽁지가 발딱발딱 뛰는 도마뱀 같은 손가락이

나의 얼굴 전면에서 제멋대로 댄스를 한다.


그리고는 몰약을 사르는 듯한 입김이

나의 콧속으로 스쳐 들어오고

가끔가끔 가다가 그의 몽실몽실한 무릎이 나의 무릎을 스치기고 하고

어떤 때 거의 나의 무릎 위에 올라앉을 듯이 가까이 왔다.



# 인터뷰. 방민호 문학평론가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고도 가장 빼어난 묘사가 있는 대목은 여이발사가 이 젊은 청년 주인공의 면도를 해주는 그런 대목입니다. 이성에 대해서 이렇다 할 경험이 없는 청년이 여성에게 이발과 면도를 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다가온 여이발사에게  느끼는 어떤 긴장감이라든지 또는 어떤 일종의 어떤 쾌감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아주 잘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나도향 소설치고는 상당히 유머러스 하다고 해야 될까요? 



눈이 뜨고 싶어 못 견디었다.

그의 정성을 다하여 나의 털구멍과 귓구멍을 들여다보는 눈이

얼마나 영롱하여 나의 영혼을 맑은 샘물로 씻는 듯하랴.

그리고 나의 입에서 몇 치가 못 되는 거리에 있는 

그의 붉은 입술이 얼마나 나의 시든 피를 끓게 하고 타게 하는 듯하랴.


그러나 나는 눈을 뜨지 못하였다.

칼 든 여성 앞에서 이렇게 쾌감을 느끼고

넘치는 희열을 맛보기는 처음이다.        


나는 기막히게 좋다.

나는 활개를 치고 걸어온다.

그리고는 그 여자가 

자기와 그 여자 사이에 무슨 낙인이나 쳐놓은 것처럼

그 무엇이 연결되어진 듯하였다.


그리고는 말할 수 없는 만족이 어깻짓 나게 하여 활갯짓이 나게 한다.

얼른얼른 가서 같은 하숙에 있는 K군에게 

자랑을 하리라 하고서  겅정겅정 걸어온다. 




작가 나도향 (1902.3.30 나주~1926.8.26.)

    - 등단 : 1922. 소설 [젊은이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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