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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별똥별 - 권정생

#라디오 책방 l 2022-05-24

라디오 책방

ⓒ Getty Images Bank

양지쪽 돌담 위에 앉았던 노랑나비가 팔랑팔랑 날아올랐습니다.

그 돌담 아래로 살구꽃 이파리가 나비처럼 한들한들 떨어져 내려왔습니다.


갑순이는 땅바닥에 흩어진 분홍빛 살구꽃잎을 주워 실에 뀁니다.

갑돌이도 한 옴큼 주워 모은 꽃잎을 갑순이의 치마폭에 쏟아부어 줍니다.

갑돌이가 한쪽 무명실 끝을 잡고 있으면,

갑순이는 날래게 꽃잎을 조롱조롱 꿰어 나갑니다.

양쪽 실 끝을 모아 꼭 매듭을 짓습니다.

갑돌이는 꽃목걸이를 갑순이 목에 걸어 줍니다.



- 방송 내용 중 일부 


그날 이후 갑돌이와 갑순이는 일요일이면 항구의 저녁거리를

손잡고 함께 거닐었습니다.


바다와 맞닿은 새카만 밤하늘엔 고향에서 보던 별들이

그 때 그 자리에서 가없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별똥별이 하나 새빨간 불꽃을 그리며 어두운 바다를 향해 떨어졌습니다.

아니, 별똥별들은 바다에 떨어지지 않고

하늘 중간에서 불빛이 꺼지고 말았습니다.


“돌아, 별똥별이 바다에 떨어지려다 멈추어 버렸어” 

“겁이 나서 떨어지지 않는 거야.  바닷속은 굉장히 깊거든” 


갑순이는 옛날, 달맞이산 너머 못물에 빠지던 별똥별이 생각났습니다.


“그 못 속에 빠지던 별똥별은 죽지 않았니?” 

“죽었어”

“거긴 고향이니까 부러 그렇게 빠져 죽은 거지만, 바닷속은 고향이 없단다”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이 두 주인공이 별똥별에 관해서 이런 얘기를 하죠. 별똥별 이라는 것은 이 넓은 하늘 어디에도 살 곳이 없어진 여린 별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인간도 마찬가지로 현실을 떠나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순간이 있겠죠. 그런데 그 죽음을 대개는 자기 삶의 보금자리, 안락한 고향 같은 곳에서 맞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전쟁으로 자신의 터전을 잃어버린 아이들 눈에는 이제는 이 별똥별도 갈 곳을 잃은 것처럼 보여요. 바다가 안식처가 아니기 때문에 바다로 떨어지는 별똥별은 중간에서 사라져버린다고 그래서 이야기를 했죠. 전쟁으로 따뜻한 삶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고단하고 또 슬픈 마음이 대화의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순아, 고향엔 지금쯤 은빛깔의 눈세상일 거야.

그 포근포근 따뜻한 눈나라 고향이 못 견디게 그리워

체면도 없이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구나.


여기는 야자나무 우거진 남쪽나라, 

대포 소리가 커다랗게 울리고 

철모를 쓴 용사들이 가엾게 목숨을 불사르고 있단다.


고향 마을에서 너와 함께 구경하던 밤하늘의 그 별똥별.


순아, 나도 오늘밤쯤 고향 달맞이산 너머 못 속에 빠져드는 별똥별이 될 거야.

그래서 한 마리 새가 되겠어.

고향 마을에 봄이 오면 살구꽃이 피면 

그 살구꽃 눈부신 가지에 앉아 아름답게 우는 새가 될 거야.




작가 권정생 (1937.09.10.일본 동경~2007.05.17.) 

- 등단 : 1969년 동화 [강아지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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