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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권순찬과 착한사람들 - 이기호

2019-03-05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인터뷰  :   문학평론가 전소영

타인과의 갈등이 심화가 되면서 이 불안한 세계에서 우리가 이웃과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를 늘 고민을 하는데, 이기호는 이 무거운 주제를 위트가 덧칠해진 아주 잘 짜인 소설의 구성안에 녹여내온 작가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나는 차를 몰고 출근을 하다가 다시 그 남자를 만났다.

야산이 시작되는 버려진 땅 앞에는 

소나무가 두 그루 있었는데,

그 나무들을 기둥 삼아 파란 천막이 지붕처럼 펼쳐져 있었다.

남자는 대자보 두 장을 합판에 붙여 들고 있었는데,

한 장은 글씨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머지 한 장은 똑똑히 읽을 수가 있었다.


103동 502호 김석만씨는 내가 입금한 돈 칠백만 원을 돌려주시오!



작중 화자인 ‘나’는 소설가이자 대학교수인데요,

이상하게도 화난 사람처럼 자꾸 주먹을 움켜 쥐었고,

혼자 있을 땐 무언가를 주먹으로 내리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화가 나는지 알 수 없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멈추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어머니 때문에 그래요?

나는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했다.

남자는 나를 쳐다보던 눈길을 거두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닌데요....어머니가 왜 나 때문에 죽어....” 

남자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나는 점퍼 주머니에서 손을 빼 그의 멱살을 잡았다.

당신이 늦어서 어머니가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아닌데요...돈이 육백만원 밖에 없어서...  두 달을 더 일해야 돼서...그렇게 된 건데요“  

나는 남자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애꿎은 사람들 좀 괴롭히지 마요,

애꿎은 사람들 좀 괴롭히지 말라고!


우리는 정말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걸까요?      




작가 이기호 (1972. 강원도 원주~)

: 데뷔-1999. 현대문학 단편소설 ‘버니’

수상-2018. 제4회 동인문학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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