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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가만한 나날 - 김세희

2020-08-18

ⓒ Getty Images Bank

- 방송내용 중 일부 -


# 인터뷰. 전소영 문학평론가

작중에서 경진의 직업은 블로그 마케터입니다. 특정 제품의 광고를 광고처럼 안보이게 자연스러운 리뷰로 바꾸어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그의 역할인데요. 심지어 회사에서는 아예 가상인물의 블로그를 만들고 그의 목소리로 리뷰를 쓰라고 강요를 하죠.  경진의 업무 안에 내장된 서늘한 비밀이 현대적인 삶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줍니다.  



나는 블로그를 시작하는 일반인들이 올릴법한

짤막하지만 정성을 담은 자기 소개글을 작성하며

채털리 부인을 블로그계에 데뷔시켰다.

우리는 곧이어 리뷰 업무에도 투입되었다.

음식점의 비중이 높았다.

가게에서 매장 사진과 메뉴판, 맛깔스럽게 찍은 음식 사진을 보내 주면

그걸 조합하고 매치해서 직접 가 본 것처럼 후기를 작성했다.

광고주가 삽입해 달라고 요청한 특정 문구를 자연스럽게 강조하는 요령도 생겼다.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러나 곧 그 감각도 사라졌다.



채털리 부인은 무엇 때문인지 불량블로그로 분류됐습니다.

그 후로 경진은 채털리 부인의 이름으로 블로그활동은 안했지만,

계정은 삭제하지 않고, 가끔씩 방문하곤 했는데요.    

오랜만에 채털리 부인을 방문한 날, 새로운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블로그이웃이라는 여자였는데,

자신을 B기업의 ‘뿌리는 실균제, 뽀송이’ 피해자라고 소개했습니다.



‘채털리 부인님이 올린 후기를 보고 구매해서 쓰기 시작했거든요.

날마다 사용한다고 했는데 괜찮으신지...

아무 일 없으시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었다면 이쪽으로 연락주세요’


이게 무슨 소리지?

메시지 끝에 적힌 링크를 클릭하자,새 창이 뜨면서 신문 기사로 연결되었다.

큼직한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로켓 모양의 산소통을 껴안고휠체어에 앉아 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이었다.

싸한 전율이 배속에서부터 퍼져 나가면서 양손이 싸늘하게 식었다.




작가 김세희 (1987. 전라남도 목포)

:  데뷔-2015.세계의 문학 신인상

수상-2018. 제9회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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