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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낙동강 - 조명희

2023-08-22

ⓒ Getty Images Bank
낙동강 칠백 리 길이길이 흐르는 물은
이곳에 이르러 곁가지 강물을 한몸에 뭉쳐서 바다로 향하여 나간다.
강을 따라 바둑판 같은 들이 바다를 향하여 아득하게 열려 있고
그 넓은 들 품 안에는 무덤무덤의 마을이 여기저기 안겨 있다. 
이 강과 이 들과 저기에 사는 인간,
강은 길이길이 흘렀으며, 인간도 길이길이 살아왔었다.
이 강과 이 인간, 지금 그는 서로 영원히 떨어지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인가? 

- 방송 내용 중 일부 


“당신은 최하층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탄 같아야 합니다.
 가정에 대하여, 사회에 대하여, 같은 여성에 대하여, 남성에게 대하여,
모든 것이 대하여 반항하여야 합니다” 

그럴 것 같으면 로사는 그만 감격에 떠는 듯이 
성운의 무릎 위에 쓰러져 얼굴을 파묻고 운다.
로사는 사랑의 힘으로 급격히 변화하여 가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본 성명도 로사가 아니었다.
어느 때 우연히 로사 룩셈부르크의 이야기가 나올 때에 성운이가 한 말이 시작이었다.

“당신 성도 로가고 하니, 아주 로사라고 지읍시다. 
 그리고 참말 로사가 되시오” 


# 인터뷰. 전소영
조명희는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사회주의 계열 문학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런 작가입니다. 이 낙동강은 일제강점기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당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통을 드러내고 있죠. 결말 부분에서 로사는 박성운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납니다. 로사가 향하는 북쪽이란 아마도 과거 박성운이 꿈을 꾸면서 떠돌았던 곳들 만주와 시베리아, 상해 같은 곳인데요. 즉 로사가 박성운의 이상을 공유하고 이어받는 인물이 되었다는 것을 마지막 장면이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박성운과 로사는 낙동강과 민요가 대변하는 조선의 공동체 회복을 꿈꾸는 하나의 공동체가 된 것이죠.


맨 앞에 선 검정테 두른 기폭에는 
‘고 박성운 동무의 영구’라고 써 있다.

그 다음에는 가지각색의 기다.
무슨 ‘동맹’, 무슨 ‘회’, 무슨 ‘조합’, 무슨 ‘사’.
각 단체 연합장임을 알 수 있다.
또 그 다음에는 수많은 만장이다.

‘용사는 갔다.  그러나 그의 더운 피는 우리의 가슴에서 뛴다’ 

‘갔구나, 너는!  날 밝기 전에 너는 갔구나!
밝는 날 해맞이 춤에는 네 손목을 잡아 볼 수 없구나’

이 해의 첫 눈이 푸뜩푸뜩 날리는 어느 날 늦은 아침.
구포역에서 차가 떠나서 북으로 움직여 나갈 때이다.
기차가 들녘을 다 지나갈 때까지, 객차 안 들창으로
하염없이 바깥을 내다보고 앉은 여성이 하나 있었다.
그는 로사이다.

아마 그는 돌아간 애인의 밟던 길을 자기도 한 번 밟아 보려는 뜻인가 보다.
그러나 필경에는 그도 멀지 않아서 다시 잊지 못할 이 땅으로 돌아올 날이 있겠지.



작가 조명희 (충북 진천, 1894.08.10.~1938.05.11)
    - 등단 : 1921년 희곡 [김영일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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